한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또 한인들은 맨손으로 시작해 노력을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전통적 의미의 아메리칸 드림을 얼마나 믿고 있을까. 한인들도 미국 전통적 개념의 아메리칸 드림을 경제적 성공으로 믿는 것인가. 본격적인 한인 이민이 시작되는 60년대 말 미주 한인사회의 유일한 정론지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40년을 한인사회와 함께 격동의 파고를 헤치며 쉼 없이 달려온 본보는 지난 5월 한달 간 방문 및 전화를 통해 ‘미주 한인들의 삶’을 주제로 441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은 특히 뉴욕타임스와 CBS가 지난 4월 한달 간 미국 내 9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설문조사를 비교 데이터로 삼아 미국인과 한인과의 의식 구조도 비교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국제 야구경기에서 한인들이 태극기를 들고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독려하며 응원하고 있다.
경제적 부·자녀의 성공 제치고
대다수가 통념 뒤엎는 의외 답변
NYT·CBS 조사와도 결과 일치
드림 이뤘나 질문엔 16%만 “Yes”
▲아메리칸 드림의 의미
한인들은 ‘경제적 성공’보다도 ‘자유로운 삶’의 달성을 가장 의미 있는 아메리칸 드림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이민 1세대들이 경제적 부 축적이나 2세의 성공을 꼽고 있을 것이라는 통념을 뒤엎는 의외의 결과였으며 뉴욕타임스와 CBS가 실시한 동일 설문조사와도 일치했다.
‘귀하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33%는 ‘자유로운 삶’을 꼽아 미국인 33.7%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한인들은 이어 ‘자녀의 성공’(17.27%)을 ‘경제적 성공’(15.6%)보다 앞세웠다. 미국인들의 22%는 ‘경제력’을 ‘자녀’보다 우선시했다. 또 한인들의 14.2%는 ‘행복한 노후’를 꼽았고 10.4%는 ‘안정된 가정, 그리고 0.9%는 사회적 지위를 미국에서의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으로 생각했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부정하는 응답자도 8.0%에 달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한인 응답자의 16%만이 ‘이뤘다’고 대답했고(미국인은 44%) 대다수인 68%는 ‘이루지 못했지만 이룰 것’이라고 밝혀(미국인은 31%)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자신들만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통적 개념의 아메리칸 드림
미국에서 맨손으로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된다는 전통적 개념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한인들은 미국인들 보다 다소 부정적이었다.
미국인 응답자들은 72%가 가능하다고 밝힌 반면 한인 응답자는 절반(55%)에 그쳤다.
특히 자영업을 하는 한인 응답자들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8%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제 최일선에서 뛰는 자영업자들이 최근의 불경기로 인한 매출감소로 다소 경제적 성공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또 한인들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민 연도가 오래될수록 부정적 입장이 더 심해지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 이민이 옳은 선택이었느냐’를 묻는 질문에는 70%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잘못됐다’는 7%에 그쳤다. 이는 미국사회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삶의 여유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끝없이 일궈가며 미래를 향해 뛸 수 있는 미국 이민을 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은퇴 후 한국으로 가지 않겠다
한인들은 미국에 오래 살고 나이가 들수록, 또 수입이 높고 안정된 직업을 가질수록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가 노후를 보낸다는 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미국에서 부를 축척해 노후에는 한국으로 돌아가 고향의 품에 안겨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한인들이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 견해와는 상반된 결과로 나타나 주목된다.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가 노후를 보낼 마음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이민 연도가 높을수록 부정적이었다.
20년 이상 미국에 거주했다는 152명의 응답자 중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한인들은 불과 34명으로 전체의 22.2%에 그쳤고 이민 안정기에 접어드는 10~20년 거주 한인들은 28.0%가 한국에서의 은퇴생활을 선호했다. 은퇴 후 한국 거주 선호도는 5~10년이 가장 높아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무려 54.2%를 기록했고 갓 이민 온 한인들(5년 미만)은 46.9%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이는 한인들이 이민정착을 위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10년 미만의 기간에 한국을 더 선호하다가 10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하며 정착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수록 미국을 은퇴지로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한 한인은 “20년 이상 살면서 미국생활에 익숙하고 정착해 한국보다는 미국에 더 안정감을 갖게 됐다”면서 “한국은 가끔 친구나 친척 방문 또는 관광으로만 방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부모나 유학, 결혼이 아닌 단순 이민으로 미국에 온 자발적 이민자들이 더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발적으로 이민 왔다고 답한 169명의 응답자 중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한인들은 절반에 가까운 41.4%가 은퇴 후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유학(39.1%)이나 취업(40.4%)으로 미국에 온 응답자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모를 따라 이민 온 1.5세나 2세 한인, 또는 결혼으로 미국에 온 한인들은 각각 22.0%와 24.6%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학력별로 분류, 조사한 결과 대학원졸 이상의 고학력자와 대졸, 고졸 및 이하 학력 소지자의 순으로 은퇴 후 한국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원 졸업 이상의 학력 소지자는 40%가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고 대졸자는 37.0%, 고졸 및 이하 학력 소지자는 21.8%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나이가 많을수록 미국에서의 은퇴를 더 선호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이가 많을수록 교육 수준이 낮은 한국 이민자들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60대 이상의 응답자는 불과 27.3%가 한국으로 은퇴 후 돌아가겠다고 밝힌 반면 40대 미만 젊은 나이대의 한인들은 절반에 가까운 42.7%가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응답했다.
수입이 낮을수록 직업이 불안정 할수록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연 수입 5만달러 이하의 저소득 한인들의 40.2%가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했으나 5만~10만달러 수입의 한인들은 그 숫자가 크게 줄어 29.0%만이 은퇴 후 한국행을 생각하고 있었다. 또 연 수입 10만달러 이상 고수입자 일수록 한국행을 선호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27.5%가 한국행을 원했다.
또 직업별로는 라이선스 전문직이 20.8%만이 한국행을 고려해 가장 낮게 나타났고 자신의 기업을 일궈가는 자영업이 29.9%, 직장인은 크게 오른 39.8%로 조사됐다.
반면 집에서 자녀들을 돌보는 주부는 25%만이 한국행을 고려한다고 대답해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미국에서의 여가를 더 선호했다.
지난해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 부부가 딸아이와 함께 시민권 선서식에 참석해 미국 성조기를 흔들며 시민권 취득을 자축하고 하고 있다.
수입 높고 안정된 직업 가질수록
한국에서의 은퇴생활에 부정적
자녀가 타인종과 결혼하겠다면
상당수 “반대하지만 말리진 않아”
▲결혼관
타인종과의 자녀 결혼을 보는 한인들의 시각은 아직 부정적인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다만 반대를 하더라도 자녀들이 결혼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는 응답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타인종 결혼관은 직업이나 수입, 학력, 연령 등의 요소에 관계없이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수입 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한인들이 많았으며 갓 이민 온 한인일수록 타인종과의 결혼에 관대했다. 이는 최근의 이민 온 한인들이 더 개방적이고 진보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오래 전 이민 온 한인일수록 보수성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부들이 자녀의 타인종 결혼에 관대했다.
‘자녀가 외국인과 결혼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이민역사가 짧고 젊을수록 상대적으로 찬성이 많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반대하지만 말리지는 않겠다’로 선회해 타인종과의 자녀 결혼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5년 미만의 갓 이민 온 응답자는 ‘반대’ 15.1%, ‘찬성’ 25.75%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59.0%는 ‘반대하지만 말리지는 않겠다’고 밝혀 비교 그룹 중 타인종 결혼에 가장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민역사가 길어질수록(5년 이상에서 20년까지) 점차 적극 반대하는 한인들이 늘어나다가 20년 이상 이민자들은 줄어든 대신(11%)에 ‘반대하지만 말리지는 않겠다’로 입장이 바뀌는(76.9%)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연령별 비교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보수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30대 미만은 ‘찬성’이 18%로 가장 높고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다가 60대 이상 한인들은 8.2%만이 찬성한다고 밝힌 대신 ‘반대하지만 말리지 않는다’는 76.9%로 크게 늘어나 연령 비교 군중에서 가장 높았다. 설문에 응한 60대 이상 한인은 “미국에 살면서 타인종 결혼에 반대한다는 것이 무의미해진다”며 “반대하지만 묵인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 이민의 현실”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직장인이 타인종과의 자녀 결혼에 가장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직장인(193명)중 ‘반대’가 20.7%로 가장 많았고 주부(16.6%)와 자영업(16.5%)과 라이선스 전문직(10.4%) 종사자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력이 높아질수록 반대와 찬성이 모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라 밝힌 응답자는 고졸 이하가 14.9%, 대학 졸업이 18.3%, 대학원 졸업 이상 24.2%로 늘어난 반면 ‘찬성’이라고 밝힌 응답자들도 각각 7%, 13.0%, 27.2%로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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