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인천에서 LA행 비행기에 오른 A(35)씨는 탑승수속이 마감되기 전 “내 옆자리에 누가 앉아 있으면 여행할 수 없다”며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비행기가 만석이어서 자리를 바꿔줄 수도 없었던 항공사 측은 A씨의 요구를 들어줬지만, 이미 화물칸에 실린 A씨의 짐을 빼내고 보안검색을 다시 한 뒤 출발하기까지 지연된 시간은 무려 53분이었다.
지난해 8월 역시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B(36)씨는 활주로로 진입하는 도중 갑자기 승무원을 부르더니 “친구가 다쳤다고 한다”며 내리겠다고 했다. 결국 비행기는 다시 탑승 게이트로 돌아왔지만 보안검색에 B씨의 짐을 빼고 재급유까지 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이륙하기 직전 개인적인 이유로 하기(下機·비행기에서 내림)를 요구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면서 다른 승객들에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항공사에도 손해를 끼치고 있다.
응급환자 발생 등의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다른 승객도 이해하겠지만 “자동차에 열쇠를 꽂아놓고 왔다” “약을 챙기지 못했다” “중요서류를 놓고 왔다” “옷이 더러워졌다” 등의 개인적인 이유도 적지 않다.
올 들어 하기 승객은 대한항공 38명, 아시아나항공 14명이 각각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대한항공 22명, 아시아나항공 3명이 개인적인 이유로 하기했다.
당사자는 비행기에서 내리면 그만이지만 다른 승객들은 목적지에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는 시간을 놓칠 수 있고 특히 항공사는 재급유나 추가 지상조업에 따른 물적 피해까지 떠안아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단 출발했다가 되돌아올 경우 LA행 보잉 747기는 손실액이 325만원에 달한다”며 “사회 통념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하기에는 손해배상 등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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