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소녀의 하버드 합격기>
’홈리스(노숙자) 소녀가 마침내 하버드대에 둥지를 틀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20일 이러한 제목으로 18세 흑인 소녀가 노숙자보호소와 우범지대 거리를 전전하면서도 불굴의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하버드대 장학생이 된 사연을 소개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카디자 윌리엄스. 그는 어머니와 한 평의 누울 자리를 찾아 미국 서부의 여러 지역 노숙자 쉼터와 값싼 모텔 등을 찾아다녀야 했고 이 때문에 12학년을 마치는 동안 12곳의 학교에 다녔다.
카디자는 매춘부와 마약상들이 들끓는 거리의 쓰레기봉투 더미에서 지내면서 먹을 것을 구하고 안전하게 잠자는 곳을 찾는 법을 터득했다. 노숙자처럼 보이지 않게 아침마다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해 학교에 갔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카디자는 3학년 때 처음으로 시험성적의 위력을 알았다. 주(州) 단위 시험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담임교사가 당시 아홉 살인 그를 영재프로그램 대상자로 등록시켰다.
카디자는 성적을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내 시험성적보다 나은 학생이 0.01%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카디자는 어머니를 따라 여덟 번이나 학교를 옮겼다. 어머니는 노숙자보호소가 문을 닫거나 노숙하던 곳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짐을 꾸려 버스를 타고 LA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오렌지 카운티 등지로 옮겨다녔다.
다만 카디자는 학교를 옮길 때마다 그 학교의 영재프로그램에 늘 참여했다. 10학년 때는 성공하려면 사회단체나 좋은 지도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러 조직에 문을 두드렸고 컴퓨터 이용과 장학금 신청, 소셜네트워킹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
카디자는 제퍼슨고교에 11학년으로 입학하고 나서는 어머니가 다른 지역으로 옮기더라도 더는 학교를 옮기지 않기로 했다. 대학에 가려면 자신에 대해 잘아는 선생님의 추천서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통학하면서 밤 11시에 집으로 돌아오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4.0에 가까운 학점을 유지했고 토론동아리 등 다양한 학교활동에도 참여했다.
지난 19일 졸업한 카디자는 브라운과 컬럼비아, 암허스트 등 미 전역의 20여개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았고, 그 중 하버드대를 선택했다.
카디자의 인생은 출발부터 얼룩이 있었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14세밖에 안 된 어머니에서 태어났다. 이 일로 어머니가 집에서 쫓겨난 것으로 카디자는 생각하고 있다. 어머니는 카디자가 아주 어릴 때 캘리포니아로 이사했다.
그는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카디자는 어머니가 항상 공부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카디자의 입학 인터뷰를 했던 하버드대의 줄리 힐든은 카디자를 강력히 추천했다면서 학교 당국에 `카디자를 합격시키지 않으면 제2의 미셸 오바마를 놓치게 될 것이다. 그런 실수를 하지 말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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