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색 따른 역차별 금지..백인 소방관 지지
미국 연방 대법원은 29일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시당국이 소방관의 승진시험 결과 소수인종이 승진대상에 극소수만 포함됐다는 이유로 시험 결과를 백지화, 백인 소방관들의 승진을 불허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인종차별이 고의적이라는 증거가 없는 한 차별을 입증하는 것을 훨씬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소수인종을 배려한 그동안의 고용 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신임 대법관 후보자로 상원의 인준을 앞둔 소니아 소토마요르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지난해 뉴헤이븐 시당국의 조치를 옹호하는 결정을 내린 것을 뒤집은 것으로, 다음달 13일 시작되는 상원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보수진영이 소토마요르 후보자를 공격하는데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뉴헤이븐 시의 백인 소방관 19명이 승진시험에서 피부색을 이유로 역차별을 받았다며 시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관 9명 가운데 찬성 5, 반대 4로 백인 소방관들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뉴헤이븐 시당국은 5년전 실시한 승진시험 결과 흑인은 단 한명도 없이 히스패닉계 소방관만 단 2명이 승진 대상에 포함되자 이를 무효화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이에 백인 소방관들이 피부색 때문에 역차별을 당했다며 소송에 나섰다.
뉴헤이븐 시당국은 만일 시험결과를 무효화하지 않고 백인들만을 대거 승진시킬 경우 소수인종에 대한 불평등을 금지한 연방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시험결과를 백지화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상급법원까지 올라온 이 소송은 지난해 2월 소토마요르 판사가 속한 항소법원 재판부에 의해 뉴헤이븐 시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대법원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오로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합당하게 승진자격을 얻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조치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새뮤얼 알리토, 앤토닌 스칼리아, 클레런스 토머스 대법관 등도 케네디 대법관과 의견을 같이했다.
반면 퇴임하는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과 스티븐 브라이어, 존 폴 스티븐슨,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 등 4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긴스버그 대법관은 승진시험에서 필답고사의 비중을 60%나 책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외견상 드러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소토마요르 대법관 후보자가 인종적 편견에 치우쳐 판결을 내린 인물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뉴헤이븐 백인소방관의 소송에 대한 판결 배경을 집중적으로 파헤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소토마요르 후보자의 대법관 인준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가 소토마요르의 대법관 임명을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상원내 공화당 의원들도 드러내놓고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판결은 지난 8년간 공화당 집권기에 보수성향이 강해진 대법관 구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며 물러나는 수터 대법관의 자리를 소토마요르 판사가 채우더라도 대법원 전체의 이념적 성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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