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LA 컨벤션센터에서 있었던 LA 아트쇼에 한국의 아트 갤러리 몇이 처음으로 참여를 했는데 그 중 한 갤러리를 돕게 되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한국 작가들이 그린 그림들은 미국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른 미적 요소가 있었다. 최근 동양 미술이나 아시아의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는 미술 애호가들이 점점 많아진다고는 하지만 이런 큰 미술시장에 한국에서 온, 한국 작가들이 그린 그림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라는 것이 여타 제품의 마케팅과는 달라 구매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한, 단순한 프로모션으로 판촉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가격은 또 얼마나 비싼지… 이 분야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는 대충 붓으로 몇 번 왔다 갔다 했을 것 같은 그림의 가격이 매일 아홉 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직장인의 한 달치 월급을 훌쩍 뛰어 넘었다. 역시 그림은 부유하고 여유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인가…
그러는 나에게도 유독 한 작가의 작품은 눈에 들어왔다. 동양적인 공간의 느낌이 배어나는 풍경이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밀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세세한 붓터치가 인상적인,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깊이가 느껴져 볼수록 정이 드는 작품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그 그림 앞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곤 했지만 선뜻 사려는 사람은 없었다. 이틀째 한 백인 남자가 부스 앞을 지나가다 그 그림을 한번 쓱 쳐다보더니 순간 숨을 멈췄다. 그러더니 그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내가 다가가 그림이 마음에 드느냐고 묻자 그는 “저 그림이 아직 안 팔렸다는 게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본인도 화가라 이 아트 쇼에 그림을 사러 오지는 않았지만 저 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멎는 것 같았다며, 자신이 살 수 있어서 너무나 행운이라고 했다.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흥분하던 그 사람은 작품 대금을 지불하고 난 뒤에도 이런 좋은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한다며 원한다면 아트 쇼가 끝나는 날까지 계속 걸어두어도 괜찮다고 했다.
그림을 그린 작가와 그 그림을 보고 감동한 또 다른 작가의 예술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나도 흥분이 되었다. 한국의 정서가 듬뿍 묻어나는 작품에 감동한, 한국이라는 나라를 가본 적도 없을 것이 분명한 미국 화가의 모습에는 이미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선 무엇이 있었다. 서로의 언어를 모르는 두 작가는 각각 “당신 작품 훌륭하다”와 “고맙다”라는 짧은 대화를 마치고 악수를 하는 것으로 서로에게 존경을 표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18세기 영국의 철학자였던 데이비드 흄에 따르면 사람은 유익한 것에 대해 쾌감을 느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 공감 과정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도덕이고, 그것이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도덕의 기본에는 공감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상호간에 주고받는 쾌락과 고통을 판단한다.
지난 주 우리에게 많은 기쁨을 선사했던 2010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여자 싱글 피겨 부문이었다. 숏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를 응원했던 우리들은 그 때 전부 한마음이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점프하다 넘어질까 봐 며칠 전부터 기도했다는 사람들, 점수를 확인하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펑펑 울었다는 사람들, 시상대에 선 김연아 선수와 한마음이 되어 같이 일어서서 애국가를 부르다 목이 메었다는 사람들이 김연아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나 보다.
지니 조 / 마케팅 컨설턴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