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세계인들을 열광하게 했던 밴쿠버 올림픽이 지난 주 막을 내렸다.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화제는 단연 김연아였다. 여왕이라는 칭호에 어울리게 그녀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환상적인 그녀의 연기에는 훌륭한 스케이팅 실력 외에도 삼박자가 숨겨져 있었다. 연기를 선보일 때의 표정과 드레스, 그리고 음악이 바로 그것이다.
김연아는 첫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영화 007 제임스 본드의 주제곡에 맞춘 요염한 연기를 보였다. 둘째 날에는 조지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 F 장조의 신나는 재즈 리듬에 맞춰 금빛연기를 보여주었다.
음악가인 나는 이런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볼 때마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그 배경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음악이 지닌 의미와 그것을 표현해낸 예술가들, 또는 스포츠인들의 모습과의 조화를 생각한다.
작년 8월 한 인터뷰에서 김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는 새 시즌의 곡을 소개하며 이런 말을 했다.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무대의 마지막 밤에 어울리는, 그래서 사람들이 기립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한 곡이 바로 이 곡이다”라고.
나는 그 전 시즌 프로그램에 쓰였던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에서 선보였던 김연아의 강하고 매력적인 표정 연기와 그녀가 지니고 있는 테크닉이 어떻게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과 함께 승화될지 너무도 궁금했다.
이후 나는 그 곡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으로 김연아를 때론 점프시키기도 하고, 때론 스핀을 돌게 하며 나 혼자 그녀의 연기를 미리 그려 보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2월25일, 오서 코치의 말처럼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금빛 연기는 또 한 번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 황홀한 밤,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은 김연아의 피겨 연기와 함께 영원히 세계인들의 뇌리 속에 남게 되었다.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은 곡 자체의 무드가 변화무쌍하고 리드미컬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이유는 리듬 때문이다.
서양 음악의 3요소인 리듬, 멜로디, 그리고 화성 중에서 리듬은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는 요소다. 리듬(Rhythm)은 그리스어의 ‘흐르다(flow)’라는 뜻에서 나온 말인데 결국 음악의 흐름은 시간(timing)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듣는 사람들은 흐르는 듯한 리듬의 흐름에 마음이 동요되는 것이다.
거슈인의 음악 역시 그 흐름을 너무도 잘 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음악을, 그리고 김연아의 연기를 눈으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마치 허공을 나는 새처럼 은반 위를 누볐고, 그녀의 눈빛은 음악에 녹아들어 매혹을 발하고 있었다. 음악과 하나 된 그녀의 동작은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우리는 그리고 세계인 모두는 그녀의 연기 후에 기립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은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할 때 더욱 아름답다. 우리는 김연아의 피겨 연기를 통해 그것을 다시 확인했고, 그래서 음악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고 다시 생각한다.
앤드루 박 / 음악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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