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M, 한인교수 회고록 ‘호랑이 죽이기’ 보도
미들 테네시 주립대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는 한인여성 지드 이 교수(사진)가 올해 초 펴낸 회고록 ‘호랑이 죽이기(원제 To Kill A Tiger)’가 한국전 발발 60주년과 맞물려 재조명을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소수계 언론연합 뉴 아메리카 미디어(NAM)는 최근 “지드 이, 잊혀진 전쟁 이후 성장기”란 특집을 통해 이 회고록을 간략히 소개하고 이 교수와의 전화인터뷰를 실었다.
‘호랑이 죽이기’에는 전후세대인 이 교수가 부모로부터 듣고 학교에서 배운 한국전 이야기와 가족생활 사회생활 등에 패인 전쟁의 상처들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특히 이 교수는 아버지와 오빠들이 권위주의 독재정권에 저항하면서도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떨치지 못하는 등 모순된 측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주목을 끌었다.
이 교수는 NAM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풀뿌리 사회주의자로 미국의 지원을 업은 우익독재(박정희 정권을 의미)에 의해 무자비하게 탄압을 당했지만 집에서는 세 남자(아버지, 큰오빠, 작은오빠)가 신처럼 떠받들어졌다”며 “한밤중에 술에 취해 귀가한 오빠를 위해 밥상을 차려줬는데 느닷없이 내 머리채를 잡아끌어 벽에 쾅 박아버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일자무식이었던 할머니는 항상 아들과 손자들 편만 들었으며 내 시력이 나빠도 안경을 사주는 것조차 꺼려했다”며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여자인 나는 (밥상이 아니라) 따로 바닥에 앉아 남자들이 먹다남은 것을 먹는 등 밥상머리에서도 남북으로 갈라져 있었다”고 덧붙인 뒤 “아버지나 오빠들이나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그 모든 것이 시대의 산물이었던 것 같다”고 정리했다.
그는 또 시대적 모순을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고 김활란 여사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유학파 신여성인 김 여사는 이화여대를 아시아에서 가장 큰 여성운동의 진원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졌는데 이를 위해 우익독재에 일정부분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독재에 협조하지 않았다면 이화여대를 제대로 보존하기 어려웠으리란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그는 아버지나 오빠들이 독재에 적당히 타협했다면 가정적으로는 보다 원만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곁들였다.
이 교수 인터뷰는 NAM 웹사이트(www.newamericamedia.org)에서 MP3로 직접 들을 수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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