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사랑한 한인 1세 미 공무원
미해군 정보국 로버트 김, 한국대사관 백동일 대령에 군사기밀 제공
징역 9년.보호감찰 3년형 선고...한미간 잠시 외교마찰도
미주한인사회 석방운동.한국정부 노력 큰 효과 없어
1996년 9월24일 워싱턴 DC 포트 마이어 미육군 장교클럽에서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부가 주최한 국군의 날 리셉션이 열리고 있었다. 이행사에 참석하고 있던 재미동포 로버트김(한국명 김채곤)이 들이닥친 미연방수사국, FBI 요원들에게 현장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간첩죄.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 무관인 백동일 대령에게 미국의 국가기밀을 제공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로버트김은 미해군 정보국에서 합동해양정보 체계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일을 맡고있던 컴퓨터 분석가였다. 그가 백동일 대령에게 강릉지역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것이었다. 한국계 미국시민이 간첩죄로 체포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고 모두들 믿을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당시 로버트김이 체포된 직접적인 혐의는 바로 며칠전인 9월18일 강릉에 침투한 북한 잠수함의 침투경로를 백대령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북한 잠수함 사건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된것인지 문의해온 백대령에게 미해군정보국에 입수된 한반도 주변 시간별 데이터를 분석해 준것이었다. 이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로버트김이 체포되었고 그는 즉각 연방검찰에 송치됐다. 한편 백대령은 그가 지니고 있던 외교관 면책특권 때문에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으나 대신 미국에서 강제 추방되는 신세가 되었다.
로버트김은 1995년 12월부터 북한과 관련된 50여건 정도의 정보들을 백대령에게 6개월간 지속적으로 전달한 사실이 FBI에 포착된 상태에서 이미 감시를 받고 있었고 백대령 역시 CCTV로 동태를 감시당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때까지 백대령에게 전해진 정보들은 주로 북한군과 북한 주민의 동요 여부,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이 북한군에게 유입되었는지 여부, 휴전선 부근의 북한군 배치, 북한 해군의 동향등이었다. 그때까지 로버트김은 연봉 10만 달러의 행복한 가장이자 공무원이었다. 미국 유학 4년만에 NASA에 입사했데고 74년 시민권을 취득한후 78년부터 해군 정보국에서 일하게 된 엘리트였다. 그가 백대령을 알게된 동기는 전해인 1995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해군 정보교류 회
의에서 백대령의 통역을 맡게되먼서 부터였다. 이때 백대령은 북한관련 첩보가 부족하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고 로버트김이 이를 수락한 것으로 되어있다.
때마침 미해군이 C41(지휘통제 통신 컴퓨터및 정보) 관련장비를 한국에 팔기위해 노력중이었는데 이 시스템이 한국 실정에 잘 맞지 않으니 심사숙고할 것을 조언했었다고 한다. 이후로 로버트김은 비밀로 지정되지 않은 정보들 가운데 한국군에게 도움이 될것으로 판단되는 자료들을 골라 우편으로 보내주었다는 것이다. 그가 구속되면서 한미간에 자그마한 외교마찰이 있었다. 한국정부는 그가 적국이 아닌 동맹국인 한국을 위해 정보를 제공했는데 왜 간첩죄로 기소하느냐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의 관련법은 적국이 아니라 우호국에 정보가 넘어갔더라도 정상적인 채널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처벌받도록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된 로버트김은 플리바게이닝, 일단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재판결과 그는 군사기밀 유출죄가 적용되어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을 구형받았고 1997년 7월12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지법의 브링크마 판사는 그에게 미국시민이 되기 위해 맹세한 충성서약을 위반했다며 징역 9년에 보호감찰 3년형을 선고했다. 특급비밀도 아닌데 적국도 아닌 우방국에 사본을 넘겨준 것에 대해 너무 가혹한 처벌이 아니냐는 항변도 있었다. 그동안 연방정부 공무원으로서 근무한 혜택도 없어지고 복역이 끝난 뒤에는 전과자로 낙인찍혀 연금마저 못타게 되고 비참한 생활을 하게될 그에게 지나친 형량이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형 선고에 따라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앨런우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이후
재미동포들이 그의 석방을 위한 서명운동도 벌였다. 뉴욕에서 로버트김 미주후원회(회장 한창연)가 결성되고 여러채널을 통해 탄원을 했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때 미국대통령에게 사면요청을 기대했으나 그마저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극적인 한국정부에 대해 로버트김은 한때 서운한 감정을 표한적도 있었다. 그러나 모범수로 인정받은 로버트김은 15%의 감형을 받아 수형 7년 반만인 2004년 7월27일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후 3년간 보호감찰 상태에 놓였다가 기간을 줄여달라는 신청이 받아들여져 2005년 10월3일부로 보호관찰도 종료됐다.
형 만기 출소후 2005년 11월6일 한국을 방문했을때 그는 "나는 스파이가 아니었다. 조국의 통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는 생각에 아무런 대가 없이 백대령에게 정보를 전달했을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떠한 물질적 대가도 바라지 않았고 순수한 애국심에서 그와같은 정보들을 제공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대가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순수성은 의심이 여지가 없어보인다. 그가 수감생활을 할때 그의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무척 고생을 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형기를 마치고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온 로버트김
■ "조건없는 애국심에 찬사" "주류진출 2세들에 악영향"
로버트 김 사건 바라보는 1세-2세 시각 달라
맨처음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과 재미 한인사회에서는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몇가지 엇갈린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버트김의 행동이 그가 주장한것 처럼 순수한 애국심에서 나온 것으로 믿고 그를 영웅시하는 분위기가 특히 한국내에서 넓게 조성됐다. ‘조국을 사랑한 스파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재미 한인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동정적인 기류가 함께 흘렀다. 특히 이민 1세 그룹이 그랬다. "후회는 없으며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 것이었다"는 로버트김의 애국심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았다. 이민 1세들만이 갖고있는 일방적인 애국 정서. 1,5세나 2세들은 언듯 이해하기 어려운 모국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라고 할까.
이를 바라보는 2세들의 시각은 보다 냉정한 편이다. 미국에 살고있는 대부분의 1세들은 정체성 문제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사연을 많이 간직하고 이민온 1세들의 내면에는 조국을 향한 조건없는 애국심으로 가득차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부 1,5세와 2세들은 그런 맥락에서 이사건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한편으론 법보다 정을 더 중시하는 한국문화가 빚어낸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으로 이 사건을 해석하는 측의 혹평도 있었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국가기밀을 다루던 위치에 있던 로버트김이 공무원으로서의 정도를 벗어나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까지 한국정부 요원에게 국가기밀을 넘겨준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장기적으로 볼때 재미 한인사회 전체의 신뢰도, 특히 앞으로 정부기관에 진출할 2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로인해 미 주류사회 요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기밀 취
급자들이 보이지 않는 내부감시를 받지 않을수 없는 운명에 처해지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본의 아니게 누군가의 감시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수 있다는 것.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발생하지 말았어야 될 이 사건은 미국 시민권자로서의 의무와 조국애 사이에서 방황했던 한 이민 1세의 갈등이 그대로 노출된 사건이었다.
1995년말 한국을 방문한 로버트김이 김수환 추기경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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