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한국대표팀 태릉선수촌 입소
이창호-이세돌 등 ‘기사’에서 ‘선수’로 본격 변신
“이젠 기사(棋士)가 아니라 선수(選手) 입니다”
7일 아침(한국시간) 한국 체육의 성지인 서울 노원구 화랑로의 태릉선수촌에 한국을 대표하는 바둑 프로기사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나타냈다. 한국랭킹 1위 이세돌 9단과 2위 이창호 9단 등 기라성 같은 기사들도 포함됐다. 바로 다음 달 막을 올리는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종합우승을 노리는 한국 바둑 대표팀. 양재호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조한승, 강동윤, 박정환 등 남자대표팀, 그리고 조혜연, 이민진, 이슬아 등 여자대표팀 등 13명은 1966년 설립된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것은 사상 첫 바둑선수로 기록됐다.
이번 바둑대표팀의 태릉선수촌 입촌은 양재호 감독의 요청을 아마 4단의 바둑애호가인 김인건 선수촌장이 수용해 이뤄졌다. 이색 종목의 입촌을 취재하기 위해서 중국 CCTV를 비롯한 10여 곳의 국내외 언론에서 취재경쟁을 벌였고 선수들은 처음 해보는 색다른 경험에 즐거운 표정이었다. 택시바퀴에 발이 깔리는 사고를 당하고도 무덤덤하게 그 택시로 선수촌까지 온 강동윤은 곧장 의료실로 직행, 바둑국가대표 최초의 부상자로 등록됐다.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선수단은 오전 10시부터 30여분간 입촌식에 참여한 뒤 곧바로 선수촌 생활에 돌입했다. 하키구장 트랙을 한 바퀴 도는 몸 풀기 훈련조차 앉아서 바둑 두는 일에만 익숙한 선수들에겐 어색한 경험이었다. 이창호는 “산책이 아닌 달리기는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면서도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가 아닌 대표선수이기 때문에 체력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마의 땀을 훔쳐냈다.
멘탈 게임인 바둑 대표가 구태여 체력훈련 위주인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는 것이 ‘전시훈련’이 아니냐는 일부의 비난에 대해 양재호 감독은 ‘신입생론’을 내세웠다. 그는 “바둑은 스포츠 신입생이고 신입생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체력훈련도 정신력 강화의 일환”이라면서 “수억원 상금이 걸린 개인전에 나가는 것과 아시안게임 출전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번 입촌은 첫 바둑국가대표팀으로의 자부심을 높이고 팀워크를 강화하는 목적도 있다. 반드시 광저우 금메달로 바둑이 국민 스포츠로 사랑받는 종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상 최초의 바둑대표팀 태릉선수촌 입촌 훈련은 8일부터 11일까지 3박4일간 이어진다.
아시안게임 바둑대표팀 선수들이 밝은 표정으로 태릉선수촌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선수촌 입소식에서 국민의례하는 선수들. (오른쪽부터) 최철한, 이창호, 양재호 감독, 이세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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