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의사들 멕시코 칼카첸에서 의료 봉사
8박9일간 주민들과 사랑 나누며 은혜 체험
“보세요, 호세가 걷고 있어요! 호세가 걷고 있어요.”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진료실은 눈물바다가 됐다. 호세를 데려온 아주머니도, 호세에게 침을 놨던 문병권 원장(문한의원)도 울고 있었다.
호세 안토니오. 9살 된 이 아이는 뇌성마비 환자다. 손도 쓸 수 없고 다리도 못쓰고, 말도 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다. 그저 침만 질질 흘리고 목숨만 붙어 있다고 봐야 하는 불쌍한 아이다. 다리는 연약한 여자 아이 팔뚝 보다 가늘어보였다. 좀 과장하면 어른 손가락 정도다. 그러나 호세를 데려온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면서도 친부모 이상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연신 맑은 미소를 띠고 있던 이 여성은 “호세, 호세”하며 아이를 부추기고 침을 닦아줬다.
문 원장에게 ‘사랑’이 뭔지 가르쳐 주고, 새로운 삶에 눈뜨게 해준 사건은 멕시코에서 일어났다. 유카탄주의 수도 메리다에서 동북쪽으로 25마일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칼카첸. 이곳에는 와싱톤한인교회가 후원하고 있는 선교관이 있는 곳이다.
이곳으로 문 원장이 선교 여행을 오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와싱톤한인교회의 홍 철 권사를 통해 선교지와 맺어진 인연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 달 23일부터 31일까지 8박9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내과의사 케네스 김(미 공군 병원장·예비역 대령) 부부, 홍 철 권사(팀장) 부부, 그리고 신성철(동방한의원), 장지무(길한의원), 김은미(다스름한의원), 김동호(테네시주 김동호 한의원) 등 다섯 명의 한의사들이 동행했다.
초기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아픈 사람 치료해 주고 베푸는 것이 선교라 여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파송예배 시간에 김영봉 목사가 한 설교가 귓전을 맴돌았다. “나 자신을 낮추고,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받으면서, 그들과 소통하는 마음을 갖는...” 선교를 하라는 당부였다. 이번에는 그렇게 실천하기로 결심하고 비행기를 탔다.
선교관에서 여장을 풀고 세 곳으로 나뉘어 봉사를 떠났다. 열심히 기도했고 홍철 권사의 철저한 준비 덕분에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침술 사역도 효과가 좋았다. 하루 70-80명, 많게는 100명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리고 호세를 만났다. 아주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침 치료나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 교회의 아브라함 목사가 간절히 기도한 후 문 원장이 침봉을 들었고 예상치 못했던 기적이 일어났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아이가 부축을 받으며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소문은 금방 퍼졌다. 돌아올 때까지 문 원장은 두 명의 비슷한 아이를 더 치료해야 했고 두 아이 모두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문 원장은 “침술 인생 30년 만에 이렇게 감정이 북받쳐 울어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어린아이에게서 살아보려는 인간의 의지를 보았고, 성령님의 역사하심도 분명히 체험했다”고 했다. “호세가 걷던 한걸음 한걸음이 선물처럼 느껴진다”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떠올릴 때마다 또 눈물이 나려는 것은 그들로부터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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