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미경 씨의 집은 웨체스터 지역의 어느 동네와 마찬가지로 자그마한 호수를 낀 숲길을 따라 올라 간 플레전트 빌(Pleasantville)의 한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전형적인 미국식 저택가이면서도 동양적인 산사의 정적이 느껴지는 한적한 곳이다. 서울 미대를 졸업하고 프랫 인스티튜트에 유학 와서 대학원을 마치고 30년 넘게 꾸준히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김미경 씨. 프랫에서 만난 그래픽 디자이너인 남편 에릭 프로모튼(Eric Furubotn) 씨와 아들 랄스(Lars)가 4살 때부터 살기 시작한 이 집은 작가로서 김 씨의 작업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본채와는 따로 떨어져 있는 차고(2 Car Garage)를 개조한 김미경 씨의 스튜디오 안은 첫 눈에 백색 톤이었다. 물론 작품 속에 들어있는 베이지색과 엷은 밤색, 회색 등이 차차 눈에 들어왔지만 아크릴릭의 구조물과 벽면을 메우고 있는 메모지들, 거대한 족자처럼 길게 드리운 붓글씨 작업, 그리고 또 한 벽면에 달려있는 똑 같은 크기의 수십 개의 하얀 나무판자들이 한꺼번에 안겨주는 것은 하얀 색이었다. 갑자기 그 앞에서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선(禪)의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조각과 설치 작업 등 김 씨가 작품 속에 추구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행동 과정과 연관되어 시각화 되어진 ‘정신적 내면세계’라고 할 수 있다. 쉬운 예로서 그의 작품 중에, 붓에 먹을 찍어 月火水木金土日을 써나가다가 글자가 연해지면 다시 먹물을 찍어서 쓴 ‘월화수목금토일’ 수 천 개로 빼곡이 채워진 족자는 인간의 생존 시간이라는 그 철학적인 의미를 예술이라는 작업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 최근에 시도한 작업에 마음이 온통 사로잡혀있어요.”라며 김미경 씨는 플랫 파일에서 종이에 그려진 작품을 꺼내 보여준다. 그동안 브루클린 뮤지엄, 브롱스 뮤지엄 등 뉴욕의 미술계에 꾸준히 조각 및 설치 작품이 소개되어 왔으며 한국의 과천 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기도 김미경 씨가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것은 평면 작업이다. 이 작품들은 마치 나무판에서 뜯어낸 한 조각과도 같은 모양이 의식적으로 반복되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이는 조각 작품을 하는 준비 과정에서 우리말로 빠따(putter)라고 하는 도구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형태 자체를 작품화 한 것이라 했다.
웬만한 목공소를 방불케 하는 김미경 씨의 지하 작업실에서 10년 넘게 쓰고 있다는 이 작은 손 도구들을 보고 나서 그 형태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결국 이 작품들 역시도 시간과 과정이라는 그의 작업 철학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내년 4월 맨해튼 김포갤러리에서 ‘숨(breathing)’이란 이름으로 있을 전시와 6월 삼청동「한칸 갤러리」에서 있을 개인전에 이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겨울의 문턱을 넘어선 찬바람이 현관에 달린 풍경을 울리고 있어 더욱이 정적을 느끼게 해주는 김미경 씨의 작업실을 직접 보고나니, 그 동안 가끔씩 맨해튼 전시장에서 봤었던 컨셉추얼한 그의 작품들이 자연스레 이해가 되었다. <노려 기자>
플레전트빌 스튜디오에서 김미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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