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성 군은 2002년 14살의 어린 나이에 북한을 떠난 탈북자다. 중국과 한국,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들어왔다. 현재 애난데일에서 북한식 한식당 ‘평양순대’를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 마영애(미주탈북자선교회 회장)씨, 아버지 최은철씨를 틈만 나면 돕고 있는 그는 현재 대학 1학년이다. 북버지니아 섄틸리에 소재한 ‘버지니아 크리스천대학’에서 작년에 가을 학기를 끝냈고 봄 학기 개강을 기다리고 있다. 여느 20대 초반의 청년처럼 꿈에 부풀어 있을 나이. 그러나 밝게 웃는 미소 뒤에 숨어있는 아픔과 외로움과 고통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 속에 느꼈던 공포의 기억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제가 이젠 좀 컸나 봅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옛 이야기들을 털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어머니에게도 솔직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했고 과거 내 삶이 어땠는지는 더욱 말을 못했어요.”
미국 생활 8년 동안 자유세계의 젊은이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한 젊은이의 언어 속에는 고향 평양의 어투가 여기저기 묻혀있었다. 고향에 대한 짙은 그리움도 묻어났다.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기억을 더듬어 1999년의 봄을 떠올렸다. 단란하고 행복했던 가정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던 해였다.
“그해에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지셨습니다.” 열한 살밖에 안된 효성이가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그러한 일들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이해하는 데는 한참 시간이 걸려야 했다. 출장이 잦았던 어머니였기에 효성이 생각에는 곧 돌아오시겠지 했는데 이번엔 그게 아니었다. “그해 말부터 어머니를 찾기 시작했어요. 어머니가 일하시던 보위부가 집에서 가까워서 자주 찾아가 물었습니다. 나중에 탈북을 하시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아버지도 신의주로, 함경도 원산으로 수십 군데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4년이 흘러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실종으로 알려졌기에 괜찮았었는데 기간이 길어지니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모니카집(연립 주택)에서 살았었는데 옆에 있는 아파트에서 출입자들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옆집에 살던 인민반장도 누가 오는 기척이 나면 밖을 같이 문을 열고는 눈이 마주치면 신발을 들여놓는 척 하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집안을 청소할 때였다. 천장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됐다. 평소 사이가 가깝지 않았던 보위부 반탐과장이 안부를 물으러 오기도 했다. 아버지(최강철)는 “흉물스럽고 능글맞은 자식”이라고 몹시 기분나빠하셨다. 특수건설부대 소속의 설계사이셨던 아버지는 건설건재대학을 나온 좋은 신분이었기에 평양시(선교구역)에 거주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김일성에게 특산물을 모아 바치는 구호과장으로 일하셨다. 병약하셨지만 아들에게는 최고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부인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에게 계속 안정된 직장이 보장될 수는 없었다. 결국 아버지에게는 훗날 강제 제대 명령서가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2002년 8월.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마칠 무렵 한 남성이 찾아왔다. 효성이를 찾던 그는 “대뜸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어머니가 보내서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망설였다.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했더니 “살아 있다”고 했다. 그런 대화를 하고 일단 돌아갔던 그는 다시 효성이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더욱 놀라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너를 데리고 가려고 왔다”는 것이었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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