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성 프로그램 디렉터-워싱톤 가정상담소 칼럼
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게 마련이다. 공부를 잘 해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일류 대학에 들어가 주었으면 하는 욕심, 혹은 운동을 잘해서 유명한 선수가 되어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나 또는 연예계로 나가서 온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큼 인기 있는 연예인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이런 욕심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일에 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자녀들에게는 ‘행동지침’으로 내려지게 된다. 가문의 영광 재현을 들먹이는 부모도 있고 미래를 주제로 해서 겁을 주는 부모도 있을 수 있다. 아니면 ‘험한 세상’을 앞세워서 아이들에게 공부만이 살길이라며 겁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좀 쉴만하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부하라는 재촉’과 ‘출세에 대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가 힘들다 못해 지겹다. 이때쯤 되면 아이들은 부모의 좋은 말씀과 가르침을 ‘잔소리’로 들으면서 이를 말로 표현하기 시작하는데 문화적 차이는 이러한 분위기를 더 어지럽게 만들어 놓는다. 아이들이 가정을 떠나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접하게 되는 새로운 문화는 흡수력이 강한 아이들에게는 한국적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과의 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의 그러한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가 ‘섭섭할 뿐’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주려 하지 않는데 대한 섭섭함,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 당하면서 느끼는 굴욕감,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담감 등은 늘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짐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더해서 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학교 공부는 스트레스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면 집은 부모형제가 기다리고 있는 ‘즐거운 나의 집’이 아니라 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곳으로 여겨지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가능한 집에 들어가기 보다는 밖으로 나돌려 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서 스트레스를 풀어보려는 노력을 한다. 그때 또래들이란 대개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하나의 집단이 만들어 지고 이 모임에서 부모의 성화로부터 벗어나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하기 마련인데 그 방법이란 것이 대개는 문제행동으로 이어지거나 반사회적 행동으로 나타난다.
대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변해 나가지만 욕심 많은 부모들은 아직도 커다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우리 아이만은 ‘아니다’라고 굳게 믿으면서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서 잔소리의 도를 더 높여 간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면 남은 문제는 아이와 담을 쌓고 지내게 되는 수밖에 없을 정도로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그제야 부모들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반성을 하거나 아니면 상담소 등을 찾아 ‘우리 아이 구하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변함없는 주제는 ‘우리 아이가 변했다’는데 이야기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부모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려고 들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을 위해서 ‘이렇게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부모의 희망과 욕심이 바르게 표현되어야 할 시점이 바로 이때다. 세상이 변하고 문화가 달라도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은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슬프면 울고 즐거우면 웃으며 칭찬을 해 주면 누구나 좋아 한다.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이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부담감,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격려하며 칭찬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최고의 명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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