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상담기관들에 한인 미혼모들의 상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에서도 부모에게 버림받는 아이들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이은호 기자>
■ 기획 시리즈
1. 아이 포기하는 한인부모 실태
2. 버림받는 아이들, 갈 곳이 없다
3. 입양·위탁, 길은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버림받는 아이들’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 한인 미혼모들이나 이혼가정 부모 가운데 아동보호 기관에서 친권 포기를 통해 스스로 자녀들을 포기하는 케이스가 무시 못할 정도로 발생하고 있고, 이렇게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한인 가정에 입양 또는 위탁돼 정서적 안정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인사회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부모의 자녀 친권포기 및 위탁 실태와 해결책 등을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아동보호국 집계 아시아계 중 가장 많아
20대 초반의 한인 유학생 김모씨. 그녀는 지난해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LA카운티 아동보호국(DCFS)을 찾아 “어쩔 수 없이 아기를 낳았지만 키울 능력도, 집도 없다”고 호소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은 아이를 낳은 사실도 모르고 계신다. 유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친권포기에 대해 문의하는 그녀에게 아동보호국 소셜워커는 법적 절차에 따라 특별 카운슬링을 제공하고 3일 간의 숙려 기간을 권했지만 김씨는 끝내 친권포기 각서에 서명하고 말았다. 세상에 태어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자신의 아이를 스스로 떼어 보낸 것이다.
결혼 3년만에 이혼을 한 30대 한인 박모(여)씨는 갓 돌이 지난 딸을 두고 고심하다 결국 친권포기 각서를 쓰고 아이를 아동보호국으로 넘긴 경우. 박씨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딸의 양육권을 받아내기는 했지만, 재혼을 하려다 보니 아이가 ‘걸림돌’이 됐다.
박씨는 아동보호국에서 딸을 다시 전 남편에게 맡기려 했지만 이미 전 남편은 한국에서 새 가정을 차려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고 털어놓았다.
한인사회에서도 이혼가정 및 10~ 20대 미혼모 증가 등과 함께 이처럼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아이’들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LA카운티 아동보호국에 따르면 LA카운티에서만 미혼모나 이혼모, 또는 가정폭력 등 결손가정으로부터 버려지는 한인 어린이가 지난해에만 매달 2명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보호국의 전체 케이스수를 볼 때 한인 부모들이 아기를 포기하는 케이스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같은 아시아계 중에서는 한인들의 친권 포기 케이스가 가장 많아 우려스런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LA 카운티에서는 최소 3명의 한인 신생아를 포함, 부모가 권리를 포기해 아동보호국을 거쳐 위탁가정에 맡겨지거나 입양되는 한인 아이들이 23명에 달했다. 또 부모의 마약 및 도박 중독, 또는 가정폭력 때문에 부모로부터 떨어져 보호관찰 대상이 된 한인 아이들도 14명이나 됐다.
아동보호국의 김청자 소셜워커는 “나 혼자만 1년에 10여건 이상의 미혼모 출산상담을 처리하는데 작년에는 최소 3명의 신생아가 한인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케이스를 처리했고 다른 소셜워커들의 케이스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이라며 “아시아계 중 중국계나 일본계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데 유독 한인 케이스는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소셜워커는 이어 “한인 미혼모 중에는 유학생이나 20대 초반 학생들이 많고 이들 대부분은 ‘앞길에 걸림돌이 된다’ ‘부모에게 알릴 수 없다’ 등의 이유를 신생아에 대한 친권을 포기한다”며 “수년 전 미혼모라며 자신의 첫 아이의 친권을 포기한 한인 여성은 최근 또 임신해서 낳은 둘째 아이의 친권까지 포기하겠다며 찾아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편 아동보호국측은 일부 미혼모가 문제 부모들의 경우 지인의 집이나 탁아소에 아이를 맡겨둔 후 잠적하는 경우도 있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사 장 수퍼바이져는 “일부 한인들은 탁아소나 지인들의 집에 그저 아이를 맡겨두고 잠적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며 “이 경우 아이의 친부모는 물론 친척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고 아이에 대한 친권포기각서를 서면으로 받아야 하는데 이 때 아이들은 위탁가정에 맡겨지면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승진 기자>
johnya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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