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물러난 지 1주일을 맞은 18일,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성지가 된 카이로 타흐리르(해방) 광장은 수십만명이 운집해 시민혁명의 성공을 자축하는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30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이집트 국민은 18일(현지시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승리의 행진’ 집회를 열고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퇴진시킨 민주화 운동의 승리를 자축했다.
18일 간의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던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이날 수십만명이 모인 가운데 반정부 시위대 지도부가 주최한 자축 행사가 열렸다.
집회 주최 측은 ‘승리와 지속의 금요일’로 명명한 이날 광장 한 쪽에 기념물을 세워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희생된 365명을 기리면서 이들의 숭고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향후 정치 일정을 지켜볼 것을 다짐했다.
카이로 시민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손에 손에 이집트 국기를 든 채 가족, 친구, 연인 단위로 광장에 모여들기 시작, 타흐리르 광장은 본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인파로 가득했다.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빨간색 모자를 쓴 군인과 비무장 경찰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을 치고 "비바 이집트"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민혁명의 승리를 만끽했다.
광장 주변 각 도로에는 여전히 탱크들이 배치돼 있었으나 시민들은 탱크 위로 올라가거나 어린이들을 올려놓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오후 1시가 넘어선 이후 광장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차량과 인파로 가득 차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졌음에도 차량 운전자들은 불쾌감을 표시하지 않았으며, 시민들은 모두 환한 얼굴로 서로에게 인사하며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열 살 및 일곱 살 된 아들 2명과 아내를 데리고 이날 집회에 나왔다는 무함마드 칼리드(40) 씨는 "오늘은 우리 모두가 즐기는 축제일"이라며 "아이들이 역사의 현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에 가족과 함께 타흐리르 광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아직 직업이 없다는 27세 청년 나세르 모하메드는 "아직 직업이 없어 불안하기도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미래에 대한 희망감을 표현했다.
나지르 사미르(44) 씨는 "무바라크가 떠난 지금 우리는 너무 행복하다"면서 "앞으로 금요일마다 이곳 타흐리르 광장을 찾아 그날의 감격을 되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20세 청년 압둘 하미드 씨는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면서 "군이 어떻게 상황을 수습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군부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광장 뒷편의 셰퍼드 호텔 직원들은 이날 집회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흰색 옷으로 복장을 통일한 가운데 ‘이집트는 안전하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호텔 앞을 지켜 눈길을 끌었다.
한편 무바라크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이날 광장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가운데 집회를 열어 무바라크의 불명예 퇴진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면서 그의 30년 업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김홍태 고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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