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용병 등도 동원..카다피 "리비아 안 떠난다"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가 제2의 도시 벵가지를 중심으로 불붙은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정예부대와 민병대 등을 동원,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리비아를 42년째 통치하고 있는 카다피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1천㎞ 떨어진 `반골의 도시’ 벵가지에서 독재체제 철폐 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지난 18일 새벽부터 정예부대인 카미스 여단과 아프리카인 용병이 포함된 민병대를 전격적으로 배치했다.
AK소총과 칼, 심지어 대공미사일 등으로 중무장한 이들은 카다피의 퇴진을 외치며 저항하는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마구 쏘아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 진압에 박격포까지 동원됐다는 소문까지 떠돌고 있다.
지난 며칠 간의 시위 동안 벵가지에서 숨진 사람이 정확히 몇 명인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외신과 인권단체, 국외 망명 활동 중인 야권 단체가 현지 병원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추정하는 수치는 최대 300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카다피의 잔혹한 대응 방식은 튀니지와 이집트 구체제의 방식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튀니지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은 시민의 시위가 거세지자 군부대를 동원한 유혈 진압보다는 사우디 아라비아로 망명을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도 유사한 길을 밟아 홍해 휴양지로 자진 `유배’를 떠남으로써 군부대와 시민 간의 유혈 충돌이라는 대형 참극만은 피했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의 미친 개’로 칭했던 카다피는 `피의 진압’이라는 길을 택했다.
이와 관련, 범 아랍권 신문인 아샤라크 알-아우사트는 카다피의 한 인척을 인용, 카다피는 리비아 땅에 뼈를 묻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시위 사태가 커지기 시작한 지난 17일에는 외국에 거주하는 가족까지 모두 리비아로 불러들였다고 전했다.
자신은 물론, 가족 조치도 리비아를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친 카다피는 이튿날인 18일에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열린 체제 수호 집회에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친위세력의 폭력적 진압에 힘을 실어줬다.
카다피 체제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의 중국 정부처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을 무자비하게 진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과거의 사례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됐었다.
리비아 정부는 1996년 정치범과 이슬람 무장대원들이 많이 수감돼 있는 트리폴리 인근의 아부 살림 교도소에서 폭동이 벌어지자 중화기를 1시간 동안 난사해 1천여 명의 재소자를 숨지게 한 바 있다.
리비아는 또 1986년에 미국의 공습으로 카다피의 생후 15개월 된 수양딸이 숨지자 1988년 12월 영국의 스코틀랜드 로커비에서 미 팬암기를 폭파시켜 270명의 목숨을 빼앗는 보복을 감행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들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처럼 국민의 바람과 요구를 수용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리비아에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카다피 체제가 이런 국제사회의 권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은데다 시민들은 목숨을 건 민주화 투쟁을 이어가고 있어 리비아에서는 커다란 유혈참극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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