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은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해 큰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장기이식 대기자·만성질환자 등 조사
정신적·육체적 두려움 해소 효과 입증
이는 장기이식 대기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공통된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기다리던 장기이식을 앞두고 의사와 가진 마지막 면담에서 그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도저히 이식수술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 오랫동안 심한 갈등을 겪었다”는 감춰진 속내를 털어놓았다. 나중에는 아예 대기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버리려고까지 했었다는 것.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속을 태우던 그는 궁리 끝에 간이식수술을 받은 ‘선배’ 환자들을 접촉했고, 그들의 경험담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내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해주었지만, 내가 정말 필요로 했던 것은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식수술 경험담이었다”며 그는 나처럼 다른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들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남의 이야기를 듣는데서 환자들이 큰 위안을 받거나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른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이야기하기)의 실질적인 치유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빈약한 수준이다. 최근 내과연감(Annals of Internal Mecicine)은 고혈압 환자들에게 스토리텔링이 끼친 효과를 조사한 새로운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도심에 거주하는 300명의 흑인 고혈압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쪽 그룹에는 고혈압 억제에 도움이 될 만한 환자들의 개인적 경험담이 담긴 DVD를 3개월 간격으로 제공했고, 또 다른 그룹에는 스트레스 대처법 등 고혈압과 직접 관계가 없는 토픽을 다룬 DVD를 보게 했다. 실험 대상그룹은 이전에 혈압강하제 약물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로 구성됐다.
이런 과정을 거친 다음 혈압을 측정한 결과 환자들의 경험담을 들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 사이의 측정치가 혈압강하제를 복용했을 당시의 수준까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작성자인 매사추세츠대 의과대학 연구원 토마스 휴스턴 박사는 “이야기를 하거나 듣는 것은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행동을 바꾸거나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 움트기 시작한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의사소통, 즉 서술소통(narrative communication) 분야의 전문가들은 예상과 전혀 다른 진단을 받았거나 이미 몸에 밴 행동의 교정을 지시받은 환자들의 일차적 거부반응을 해소하는데 이 방식이 유용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 환자들은 “이건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거나 “내 경험과 다르다”는 거부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이때 그들과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을 접하면 이야기를 하는 화자, 혹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자신을 어느 정도 동일시하게 되고, 이에 따라 거부감이 해소된다는 것.
휴스턴 박사는 이야기의 마법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관련성(related ness)에 있다며 이미 오래 전에 이같은 사실을 터득한 판촉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도입한 광고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은 또한 분명하고 즉각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는 만성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휴스턴 박사는 스토리텔링이 “의료체제를 불신하거나 건강정보를 받아들이고 실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든지 당뇨병, 혹은 고혈압과 같은 ‘소리 없는’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일깨우는데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환자들의 경과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제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치료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스토리텔링의 효과는 의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스토리텔링과 임상실습의 접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 가지 예로, 온라인 중매업체들이 고객들의 맞춤한 데이트 상대를 찾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처럼 동일한 질환을 지닌 다른 환자들의 경험담을 담은 사이트에 환자가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스토리텔링의 기본적인 임상적 활용법 가운데 하나다.
환자 관리에 스토리텔링을 보다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수건의 연구에 참여중인 휴스턴 박사는 이야기 나누기(narrative-sharing)가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스토리텔링은 가장 인간적인 행위로,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배우며 이를 이용해 우리의 삶을 이해한다”고 강조하고 “이런 맥락에서 이야기를 활용해 건강을 개선하려는 생각은 지극히 자연스런 발상의 연장”이라고 역설했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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