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살을 오려내듯 불어대던 칼바람도 어느 덧 꼬리를 감추고, 따스하고 훈훈한 부드러운 바람으로 이 땅에 어김없이 봄은 열리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세상의 만물은 그 어느 것 하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없다. 세월도 흘러가고 인생도 흘러가고 산천도 변해간다.
포근한 햇볕을 따라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섰다. 촉촉이 젖은 흙과 노랗게 피어난 민들레꽃이 방긋 웃고, 여기저기에 이름 모를 식물이 저마다 뾰족뾰족 파릇한 새순들이 땅을 가르며 봄의 근육을 자랑하듯 마구 흔들고 있다. 칙칙하고 암갈색이던 나무들도 어느 새 두꺼운 나무피지를 뚫고 가지 끝마다 망울을 달고 새싹을 틔운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다.
시들한 내 마음에까지 들어와서 반짝여 주는 햇살이 좋아 남편과 함께 발맞춰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매순간 웃으면서 지내려면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을 부지런히 갈고 닦아 보름달 아래 연못같이 밝고 투명한 마음을 기른다면 역경과 시련이 포말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화내고, 울고, 웃어도 인생의 시계는 흘러간다. 어차피 흘러가고 지나가는 게 인생이라면 좀더 웃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나도 한낱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니 사사로운 일에 마음이 요동 칠 때가 많다. 허지만 그럴 때마다 죽음과 직면한 이의 시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뉘우침이 고개를 든다. 이렇듯 시원하게 펼쳐보는 남편과의 긴 대화 속에 푸근함을 맛보며 운동을 겸한 산책길에서 얻어지는 소중한 것들에 감사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삶의 기쁨을 느낀다.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면 실감할테지만 그것이 크든 작든 자신의 창작물을 만드는 행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도 어설프게나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마르지 않는 샘처럼 다양한 글감(소재)과 화젯거리를 뽑아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매번 통감한다. 하지만 힘이 들더라도 자신이 살아온 흔적을 남기는 과업은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격려하고 토닥여 주는 일이라 생각하며 호젓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의 활자를 두들기고 지우고 또 쓰곤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파스칼의 명언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생각하는 일’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잊고 산다. 마지막 순간 마음의 짐이 되어 후벼판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할 때 내일 죽을 것처럼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부쩍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면 아마도 스트레스일 것이다. 스트레스는 일종의 걱정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살아간다. ‘걱정도 팔자다’란 속담이 있듯이 우리는 날마다 걱정이란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근심이란 멍에를 지고 살아간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절대로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걱정이 40%,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걱정이 30%,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닌 사소한 것에 대한 걱정이 22%, 어떻게도 바꿀 수 없는 사건에 대한 걱정이 4%, 사실상 우리들이 해결할 수 있는 걱정거리는 4%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사람들은 96%의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기쁨도, 웃음도, 마음의 평화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걱정들, 고민들 오늘부터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생각들로 마음을 채우기를 다짐하며, 오늘 하루가 감사하면 일생이 감사하다는 말에 힘을 얻는 보람된 삶으로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이다.
봄의 소리가 마음속에 예술혼을 자라게 하고, 무거운 삶의 짐마저도 용기있게 지고 갈수 있는 힘을 주기에 봄의 소리에 열심히 귀 기울이며 내 인생의 봄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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