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을 맞이하여 한국과 이곳 미국에서 치러진 기념 행사를 눈여겨 보았다. 한국 TV를 보니 이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 행사가 나왔다. 물론 독립 선언서와 만세 삼창도 보여 주었다.
거기다가 종각의 타종, 만세 봉기 재현, 유관순 누나 연극도 물론 보였다. 그리고 예외라면 우연인지 계획된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노랑색으로 물들인 김장훈인가 하는 가수가 독도에서 옛 아일랜드 민요 음정의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한편 이곳 신문 오피니언란에는 흘러간 노래처럼 다시 독립 선언서의 의미를 되새기자고 하는 글이 실렸다. 그리고 유감스럽게 기념식이 두 곳에서 열려 모양새가 좀 무엇했지만, 기념식은 누구나 예상 했던 대로 최소한 20~30개가 넘는 한인 단체들이 모여서 이 대통령 기념사의 대독, 단체장 두 세 명의 축사와 독립 선언서 낭독, 그리고 연장자 한 분의 만세 삼창이 있었다. 교회나 한글학교를 통한 젊은 2세대들의 참석이 조금 색다르다고나 할까. 아무리 보아도 삼일절 기념식은 흘러간 물방아를 계속 돌리는 것 같다.
이러한 나의 지적에 ‘지극히 당연한 삼일절 행사를 왜 흘겨보는 듯한 눈초리로 보고, 또 왜 재를 뿌리는 이야기를 하느냐’ 하는 분들이 꽤나 있을지 모르겠다.
일본에 살고 있는 한 한국의 시인이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본 시간으로 새벽 3시인데 하면서 무슨 큰 일이 났나 싶어 놀라서 “아니 이 시간에 어인 전화 입니까?” 하고 물으니, 지금 일본에서 대표적인 우파 사하라 쇼이찌로라는 사람이 진행하는 역사 인식이라는 대담 프로가 아주 인기가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날은 공산당 국회의원인 신정량(新井亮, 일본식 발음은 모르겠음)이 대담자로 나왔는데 논조는 한일합방은 세계 역사에서 아주 필연적으로 또 당연히 일어났어야 할 역사의 흐름으로 일어난 사건이며, 오히려 비극이 될 뻔한 러시아의 침략과 지배를 일본이 막아 주었다는 논리를 전개했단다. 또 독도는 당연히 일본 땅이라는 등의 내용이라서 자기는 그만 분한 마음에 잠을 못 이르다가 나에게 전화 한다면서 이 엉터리 억지 주장에 대한 대응논리를 좀 써서 보내 줄 수 없느냐고 했다.
사실 나에게도 그 동안 한·일 두 나라 젊은 세대가 서로 상호 좋은 감정을 갖고 교류함에 무척 고무되어 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뜬금없는 일본 기성 세대의 이야기가 무척 당황스러웠다.
거기다가 걱정스럽게도 한발 더 나아가 칸 일본 총리가 명치유신, 이차 세계대전 패망 후 재건에 이어 세 번째의 일본 재건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오고 있다. 과거로의 향수 어린 복고의 외침이다.
지금 일본에서의 이러한 현상은 중국에게 경제 2등국의 자리를 빼앗겨서, 또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에게 그리고 사할린에서 러시아에게 당하는 모멸에 대한 반작용일수 있겠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에 당한 분풀이를 한국에 하여, 이에 한국이 다시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최소한의 대응 논리의 개발과 설득, 토론 및 교육이라도 했으면 한다. 어찌 되었던 그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만 든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능력이 없어 답답하다.
다만 추석이나 설날을 맞이해 언론에서 보이는 풍속도라면 귀성길 교통 체증, 성묘, 널뛰기, 윷놀이, 고궁 나들이 하면서 몇 년이고 똑 같은 기사라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삼일절을 맞이하여 국제 환경과 변화를 생각하면서 그 행사의 방법도 또한 시대에 호응하는 변화를 시도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30년 전, 20년 전, 그리고 십 년 전의 삼일절 행사의 기사 내용이 독립 선언서 낭독, 만세 삼창 부른 분의 이름만 바뀌어서 되풀이 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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