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모든 생물은 서로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다. 그 도움은 인간끼리만의 도움을 초월한 훨씬 넓은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장 구체적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것은 물론 사람끼리의 도움이다. 아무리 학식이나 재주가 많고 풍부한 재산을 소유해도, 우리는 다른 사람의 수고의 땀을 입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기에 서로 빚진자라 할 수 있다. 매사에 가장 적절한 도움을 줄 사람을 만나면 좋겠지만, 특히 의사와 자동차 정비사는 잘 만나야 된다고 흔히 말한다. 이 만남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지만, 한편 또한 많은 부정적 경험 때문이라고도 생각된다.
본인은 오래 전 왼쪽 눈의 망막박리(Retinal detachment)증세로 몇 번의 수술 끝에 결국 시력을 거의 잃었다.
처음 수술 후 경험 많은 담당의사가 잠깐 출타한 중에 박리현상이 재발했는데, 같은 그룹의 경험 적은 젊은 의사가 재수술을 시도했다.
수술은 보통 2시간 내지 2시간 반이 걸린다고 했는데, 수술은 8시간을 넘겼고, 아무도 없는 썰렁한 대기실에서 아내는 홀로 초조히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수술 시간이 길어짐으로 도중에 마취 기운이 약해질 때는 의사의 쩔쩔매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기도 했다. 밤새도록 눈이 쑤시고 골치가 아팠는데, 다음 날 진료실에서 만난 의사는 수술이 완전히 성공적이었다고 태연히 말해주었다.
며칠 후 담당의사가 돌아와 눈을 검진하면서 보여준 돌처럼 굳은 얼굴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즉각 깨닫게 했고, 결국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볼티모어에 있는 병원(Wilmer Eye Institute)에서 재차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은 법적 맹인이 되었다. 친지들은 젊은 의사를 고소하라고 권고했지만, 고소로 잃은 시력을 되찾는 것도 아니고, 재판으로 의사의 실수를 결정적으로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믿는자로 의사를 고소하는 것이 그리 덕스럽지 않아 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의 50년 된 가장 가까운 의사 친구가 환자들한테 엉뚱한 고소로 고통받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고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며칠 전 있었던 직장의 옆방 동료 사건은 이 오래된 아픈 경험을 다시 생각나게 했다. 동료는 한국계 미국인 자매인데, 어머니가 버지니아의 P 안과 의사에게 정기 진단을 받던 중, 급성 백내장 증세로 급히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했다. 아무래도 다른 의사의 의견도 들어보아야 할 것 같아 이 자매는 본인이 소개해준 Wilmer Eye Institute의 각막과의 과장에게 어머니를 모시고 갔는데, 그분은 초기 백내장 증세 외에는 눈에 별 이상이 없고 시력도 좋다는 진단을 내렸다 했다. 그 과장 의사는 자매가 전해준 P 의사 이야기에 몹시 분노하며 그 의사의 신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했다. 어째서 P 의사는 수술이 지금 필요 없는 초기 백내장을 응급수술을 하려고 하였는지 참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자매의 경험은 의사를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다.
더불어 깨닫는 것은, 극히 유한하고 결국은 죽음을 맛볼 육신을 치료하는 의사가 이렇게 중요하다면, 우리의 영혼의 치료는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상의 삶은 물론, 영원한 삶을 책임지는 영혼의 의사를 본인은 만났다. 인간의 가장 근본 문제인 죄와 죽음과 허무의 문제를 영원히 해결하신 분, 스스로 본인이 우리 대신 죄의 형벌을 담당하시므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신 분, 사랑의 근원이신 그분을 내 영혼이 만난 것만큼 복되고 중요한 일은 없다.
이 만남 때문에 오늘도 가파르고 험하며, 때로는 몹시 아프고 고독한 길을 포기하지 않고 소망을 품고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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