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연일 보도되는 일본 동북부 대지진의 재앙, 10미터 이상 되는 해일에 밀려 떠내려가는 가옥들, 선박들, 차량들, 그리고 부서진 조각들이 마치 거대한 쓰레기더미 같다.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인명이 휩쓸렸을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거기에다 몇몇 원전의 폭발위험까지 나타나고, 여진도 계속되니 일본열도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있다. 사망자 및 실종자의 수가 수만에 이를 것이라니 인명의 피해가 막심하다.
일본같이 지진에 대한 연구가 발전된 나라에서도 지진 예보는 거의 불가능하며 다만 과거의 통계로 지진 진도의 주기를 예측할 뿐이라고 한다. 이번 지진은 진도 10, 해안 가까이에서 일어나 쓰나미를 동반하고 대륙을 덮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러한 쓰나미가 일어나는 지역은 지진이 잦은 일본 동해안, 뉴질랜드 동남해안, 인도네시아 서남해안, 칠레, 페루 등의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지각판의 충돌로 쓰나미 현상이 발생된다고 하는데 순식간에 일어나는 이 거대한 자연의 파괴위력은 인력으로는 도저히 막을 도리가 없다.
일본 정부는 재난지역에 육해공 자위대 10만 명의 동원령을 내려 구조와 지원 활동에 투입 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지원병들로 채워져 있고, 훈련이 잘 된 젊은 층들로 구성 된 것으로 보아 효율적으로 일사불란하게 그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비록 군인의 신분이지만 국토방위와 재난구조 활동을 겸할 수 있으니 일반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만하다고 하겠다.
미국 군인들은 모병제에 의한 직업군인들이고, 인원 충당을 위해 당국에서 다양한 혜택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모병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도 때로는 구조 활동에 동원 된다.
한국 군인들은 일본이나 미국과는 달리 직업군제도와 의무병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직업군인으로 입대하지 않는 한 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의무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도 각종 재난의 구조 활동에 동원되기도 한다.
50여 년 전 일이지만, 영장을 받아 의무병으로 징집되어 논산 신병훈련소로 가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때 젊은이들은 이 영장을 면제 받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현재도 이빨을 빼는 등의 방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 때는 영장을 받으면 마음에 내키지 않지만 으레 논산으로 직행했다. 이왕 군대에 나갈 바에는 ‘미리 갔다 오겠다고’ 영장 없이 지원입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그 중의 하나였다. 훈련소의 병영생활과 훈련은 육체적으로 혹독하기만 했다. 그 기억 때문에 훈련을 마치고 일선 내지 다른 지역으로 배치될 때 다시는 논산 쪽으로 오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때의 병영생활을 돌이켜보면 한국의 젊은 남자들이 거쳐야할 한 과정이었고 ‘잘 다녀왔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한반도는 군사적으로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의무병 제도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국위를 선양했다는 유명 야구, 축구 스포츠 선수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유명 스포츠 스타라고 병역면제를 받으면 신분여하를 막론하고 의무병 복무를 해야 하는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 신체적 결함 판정을 받은 경우라면 이해가 된다.
미국서도 의무징집을 시행한 때가 있었다. 이때에는 대통령만이 면제를 줄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데 거의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대통령들은 병역에 관한한 모범적이었다고 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자신이 2차 대전 영웅이었을 뿐 아니라, 그의 아들은 한국전쟁 때 미군 장교로 근무했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2차 대전의 참전용사다.
일류 배우라는 현빈이 군 입대로는 늦은 나이인 30세에 해병대 자원입대를 했을 때 포항 입영소에 그를 보러 만 명 가량이 몰려 한바탕 그의 인기를 잘 반영했다. 3년 전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 대통령이 현빈의 해병대 입대를 크게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이 칭찬 속에서 자신의 입대면제를 어떻게 회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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