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Take Shelter) ★★★ (5개 만점)
공포심 자아내는 심리 스릴러
세상 종말의 환영(또는 실상)을 본 뒤 서서히 미쳐가는 가장의 심리 스릴러이자 가족 드라마로 일종의 재난영화이자 공포영화이기도 한 뭐라고 분명히 정의를 내리기가 힘든 작품이다.
서서히 진행되는 얘기와 내려앉은 채 걷힐 줄 모르는 짙은 안개 같은 분위기가 마치 폭풍 전야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데 천천히 보는 사람을 압박감으로 짓누르면서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주도면밀하게 짜인 구성과 연출과 예언적인 내용 그리고 시적 촬영과 음악과 시각효과 및 뛰어난 연기 등이 잘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내용이 알쏭달쏭해 건성으로 봤다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것이다. 관객의 철저한 집중력과 관심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에서 아름다운 아내 새만사(제시카 채스테인)와 청각 장애아인 어린 딸 해나(토바 스튜와트)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건설 노동자 커티스(마이클 섀넌)가 집 밖에서 폭풍구름이 마치 죽은 사람들의 아름답도록 귀기 서린 영혼들이 모여들듯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공포에 질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 후 커티스는 밤마다 악몽을 꾸는데 잠에서 깨어나서도 꿈의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육체적으로 병에 걸린다. 커티스는 회오리바람이 집을 통째로 찢어발기는 꿈을 꾼 뒤 집 앞마당 지하에 대형 철제 대피소를 짓기 시작한다.
한편 새만사는 남편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물으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나 커티스는 이에 들은 척도 안한다. 새만사와 함께 관객도 커티스의 독단적인 행동에 가슴이 답답하고 어리둥절해진다.
커티스는 새만사와 함께 의사를 만나지만 심리과의를 만나기는 거절한다. 그리고 커티스가 정신분열증을 앓는 요양소의 어머니(캐시 베이커)를 방문한다. 여기서 커티스가 유전적으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유추하게 되지만 그의 행동을 단순히 정신병자의 것으로만 보기엔 보다 초자연적이요 세계 종말적인 기운이 뒤에서 도사리고 있다.
커티스는 대피소 건설에 매달리면서 직장에서 해고까지 당하지만 기를 쓰고 대피소를 완공한다. 커티스는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는 공포를 새만사와 나누기를 철저히 거절하는데 이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단독으로 책임을 지고 아내와 딸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가족 사랑의 표시이다.
그리고 진짜로 회오리바람이 마을을 덮친다. 그런데 아내와 딸과 함께 대피소로 피신한 커티스가 선풍이 지나간 후에도 대피소에서 나오기를 거부하면서 관객은 새만사와 해나와 함께 지하에 갇혀 숨 쉬기가 힘들어진다. 마지막 장면이 아찔하게 압도적이다.
커티스는 과연 미친 것인가 아니면 예언적인가. 애매모호한 내용이면서도 우리 시대의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섀넌이 거칠면서도 다감한 내면을 지닌 남자의 연기를 언제 풀어질지 모르는 감긴 용수철처럼 긴장감 있게 해낸다. 그리고 이와 대조적인 채스테인의 연약한 듯 하면서도 땅에 발을 단단히 디딘 연기도 훌륭하다. 제프 니콜스 감독(각본 겸).
R. Sony Pictures Classics. 랜드마크(310-281-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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