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가 제작하는 한국의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가 태평양을 건너 미주지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 판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토크쇼 형식의 온라인 방송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방송인 팟캐스트를 통해 2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청취했다”고 전했다.
‘꼼수’라는 말 자체가 쩨쩨한 방법이나 수단을 말한다. 스스로 꼼수라고 밝힌 이 시사토크쇼는 ‘국내유일의 가카의 헌정방송’이라며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4명의 남자가 주로 이명박 대통령과 주변 정치인,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말한다. 올 4월말 BBK사건을 주제로 방송이 시작되더니 서울 장안에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급기야 서울시장으로 시민운동가 박원순을 당선시키고 말았다. 이 방송을 들으면 고액 피부마사지와 학교 로비 등에 얽힌 나경원을 도저히 찍을 수 없게 된다.
‘나꼼수’의 효과는 서점가에도 불어 닥쳐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김용민의 ‘나는 꼼수다 뒷담화’와 ‘조국 현상을 말하다’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뉴욕에서도 다운로드 받은 방송 파일을 차에서 운전하며 듣고 책을 구해 읽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실 남자 네 명이 잡담하듯 킬킬거리며, 수시로 ‘씨바’라는 욕설(추임새라고 한다)을 하며 막말처럼 이야기 하는 이 방송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방송이 이래?’ 했었다. 그런데 이들이 다루는 이슈가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국에 가자면 거치는 첫 번째 관문이 인천공항이다. 국제공항협회에서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초우량 공기업인 인천공항을 정부가 선진 경영을 도입한다면서 호주의 맥쿼리에게 매각하려고 한 것. 일단 외국인 기업에 넘어가면 점차 공항 이용세를 비롯 각종 비용이 올라갈 것은 자명하고 이는 고국을 방문하는 한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온다.
주류 미디어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고 발표 못한 사실들을 나꼼수는 추측을 하여 ‘소설’이라며 발표했다. 그런데 이 ‘소설’들이 그 이후 사실로 착착 들어맞으니 한번 방송을 들은 이들은 또 이 방송을 듣게 되는 것이다.
정권의 눈치 안보고 할 말 다하며 청취자나 시청자의 들을 권리, 볼 권리, 알 권리를 모두 만족시키는 진정한 미디어가 사실 몇 군데나 있는가.
“밥줄 때문에 입을 다물면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 우울해져. 자존이 낮아져. 위축돼. 외면하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 위로야.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이런 자세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미디어는 힘없고 빽 없는 소시민에게 얼마나 큰 카타르시스를 주는지 모른다. 대선 때까지 이 방송은 이어질 것인데 걱정되는 것은 커져버린 힘과 유명세를 타고 자칫 자만과 자아도취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청취자로부터 “그래, 너 진짜 잘났다, 혼자 잘난 척 해봐” 라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한다.
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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