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으로 하마터면 국회에서 쫓겨날 뻔했던 강용석 의원이 정치 풍자로 국회의원을 집단 모욕했다는 이유를 들어 개그맨을 고소해 한바탕 웃기더니 이번엔 또 뜻밖에도 김윤옥 여사가 이명박 대통령(MB)의 매력 포인트를 진솔하게(?) 밝혀 국민에게 적잖은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 것 같다. 이렇다 보니 “실제 개그맨들보다 개그를 더 잘하는 분들이 있어서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어느 개그맨의 푸념이 단순한 엄살만은 아닌 듯하다.
지난달 21일 MB와 함께 필리핀을 방문한 김 여사가 현지에 있는 국제한국학교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남자로서의 MB의 매력’을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영부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TV에서 봐서 알겠지만 인물은 그리 잘 생긴 편은 아니다. 눈이 작고 한쪽 눈이 더 작다. 남자 눈이 작으면 멀리 보고 옆으로 보고 180도 다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의 눈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맙소사.
남들은 이유 없이 째려보는 듯한 MB의 실눈에 불편함을 느낀다던데 영부인은 도리어 MB의 그런 눈이 매력적이라니 아무리 천생연분이요 제 눈에 안경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쯤 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서로 사랑하면 외눈도 일목요연해 보여 좋다고 한다지만 난 글쎄다.
난 그냥 눈 큰 사람이 좋다. 어렸을 때 여배우 문희를 좋아했던 것도 바로 그 서글서글한 눈매 때문이었지 싶다.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 그녀가 그 큰 눈으로 울 때 나도 하염없이 따라 울던 쑥스러운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세상에 맑고 고운 눈을 싫어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흔히 눈을 ‘마음의 창’이라거나 ‘마음의 거울’이라고들 한다. 사람은 눈으로 말한다. 눈을 보면 대충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눈은 못 속인다. 얼마나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믿거나 말거나 예로부터 “눈이 큰 사람은 겁이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MB는 도무지 겁이 없다. 안하무인이다. 분노한 민심에 등을 돌린 채 국민과의 동행을 거부하고 언제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지극히 오만한 대통령이다.
반대 여론이 비등했던 4대강 사업도 그랬고 이번에 날치기 처리된 한미 FTA도 그렇다. 죽어가지도 않는 멀쩡한 강을 살린다면서 절박한 민생을 외면한 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가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이유가 뭔지, 한미 FTA가 체결되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되는지, 또 제대로 된 후속대책은 있는지 지금껏 단 한 번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적 이해와 동의를 구한 적이 있었던가. 민의를 받드는 대통령이라면 감히 그럴 수가 없다.
당선되면 “머슴처럼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우매함을 뒤늦게 탓해 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눈이 매력적인 남자’ MB는 이제 그만 잊고 내년 대선 땐 반드시 눈이 커서 겁이 많은, 그리하여 민의를 하늘처럼 받드는 겸손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진정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김중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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