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친(親)이라는 한자를 보면 거기에 어머니의 마음이 서려 있다. 원래 ‘친할 친’은 어버이라는 뜻이다. 나무가 포개어진 모습 ‘친’이라는 음과 나무같이 많은 자식을 보살핀다는 뜻 ‘견’이 합해서 만들어진 형성 문자이다.
옛날 남편을 일찍 여읜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어느 날 이른 새벽, 아들은 먼 길을 떠났다.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예, 해가 지기 전까지는 돌아오겠습니다.” 아들은 어머니가 정성껏 싸 주신 도시락을 받아들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해가 중천에 걸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밖에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골목길에서 기다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을 입구로 나왔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걸렸다. 그래도 아들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참다못해 마을 어귀에 있는 큰 나뭇가지(木) 위에 올라서서(立) 날이 저물어 어둑해질 때까지 목을 빼고 들길을 내려다보고(見) 있었다. 설 입(立), 나무 목(木), 볼 견(見), 이렇게 세 글자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친(親)이다.
돌아온다는 시간은 지나고 어둠이 깔렸다. 어머니는 안절부절못했다. 사고가 났나, 무슨 변을 당했나, 갑자기 병이라도 생겼나 별의별 불길한 생각에 사로잡혀 견딜 수가 없었다. ‘친’ 자는 이렇듯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학수고대하는 어머니의 태산 같은 걱정이 그대로 드러난 글자이다.
어머니의 일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러나 자식이 어머니를 편하게 모시고자 할 때 어머니는 순간도 기다려 주지 않고 이미 이 세상을 떠나신다.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樹欲靜而風不止)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 (子欲養而親不待).
호마는 북풍에 몸을 의지하고 월나라 새는 남쪽 가지에 둥지를 튼다. 여우는 죽을 때 고향 언덕을 향해 머리를 두른다. 연어는 피투성이 행진을 하면서 산란을 위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 모두가 근본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을 버릴 수는 있어도 어머니는 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는 어머니는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클레오파트라가 되었건 하녀가 되었건 어머니는 어머니다.
“사느라 바쁜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핑계지. 이럴 줄 알았다면 손이라도 꼭 잡고 ‘사랑해’ 한마디 더 해 드릴걸.” 시인 존 그린리프 휘티어는 이 세상에서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슬픈 단어는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이라고 했다.
고영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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