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배부른 거북이 마냥, 저무는 해가 못내 아쉬운지 발길을 떼지 못하던 2011년의 끝자락도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던 맑은 종소리와 정겨운 빨간색 모금통. 지인의 말을 들으니 성탄과 송년의 상징인 구세군 자선냄비를 서울 도심에서 마주치기가 그리 수월치는 않다고 한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경제 불황으로 암울했던 19세기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었다. 1891년 12월, 표류하던 한 난파선이 샌프란시스코 해안에 극적으로 상륙했고, 추위와 굶주림에 떨던 난민들이 육지에 내려섰지만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때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가 커다란 냄비를 거리 한가운데 걸어 놓고 “이 냄비가 끓게 합시다”라는 글을 적어 놓았다.
이를 본 많은 이들이 돈이며 먹을 것을 그 냄비에 담아 난민들을 돕게 되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구세군에서는 매년 냄비모양의 통을 걸고 모금을 해오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됐다고 하니 왠지 남다른 책임감이 느껴진다.
이제 자선냄비는 내년을 기약하며 모습을 감추게 된다. 한번 부르르 끓고 마는 얄팍한 냄비가 아니라, 조셉 맥피의 마음처럼 사람들의 가슴 속에 훈훈한 기억으로 남는 사랑과 온정의 자선냄비가 일년 내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송혜영 /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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