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한 불빛 속에 365일 24시간 분주한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의 모습. <부산=김주성 기자>
한미 FTA시대 개막 한인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사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 발효된다. 한국으로서는 단일 국가와 맺는 최대 FTA이고 미국으로서는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규모의 FTA 협정이다. 이런 이유들로 FTA는 한국과 미국의 교차 부분에서 살아가는 미주 한인들에게는 역대 어느 사건보다 미치는 영향이 클 게 확실하다. FTA 원년이 될 2012년 새해를 맞아 한미 FTA의 주요내용과 한미 양국 및 한인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목조목 살펴본다.
<정대용·이일표 기자>
■주요 내용
거의 모든 상품의 관세가 폐지된다. 즉시 철폐 품목은 섬유, 농산물을 제외하면 한국이 7,218개(85.6%), 미국이 6,176개(87.6%)다. 승용차의 경우 미국은 현 관세 2.5%를 한꺼번에 없애고, 한국은 발효 때 관세를 8%에서 4%로 내리고 4년 후 완전히 철폐한다. 화물차는 미국이 25%의 관세를 7년 유지 후 2년에 나눠 없애고, 한국은 10%의 관세를 바로 없앤다.
▲전체 상품 85% 관세 즉시 폐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없거나 이미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쌀과 쌀 관련 제품은 협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오렌지, 식용대두, 식용감자, 분유, 천연 꿀 등 가격차가 크거나 관세율이 높아 관세 철폐 때 한국시장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되는 품목은 현 관세를 유지하고 쿼타를 제공하기로 했다. 쇠고기는 15년, 돼지고기는 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도박ㆍ금융ㆍ항공운송ㆍ정부조달 등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 분야에서 내국민대우, 최혜국대우, 시장접근 제한조치의 도입 금지, 현지주재 의무 부과 금지 등 4가지 의무가 적용된다.
▲법률·회계 등 전문 서비스, 단계적 개방
법률 서비스는 3단계, 회계ㆍ세무 분야는 2단계로 개방된다. 양국은 ‘전문직 서비스 작업반’을 협정 발효 즉시 구성해 우선 엔지니어링, 건축설계, 수의 분야에서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논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농협, 수협 등 국책금융기관은 FTA 체결 이후에도 정부의 특별대우를 그대로 받는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후 또는 저작물 발행 이후 70년으로 연장됐다. 단, 보호기간 연장 시점은 협정 발효 후 2년간 유예된다. 지적재산권 보호도 강화됐다. 냄새 또는 소리로만 구성된 상표도 상표권이 인정된다. 상표권의 전용 사용권을 위해 등록을 의무화했던 요건이 이번 FTA 협정에서 폐지됐다. 일시적 복제에 대해 저작권자에게 복제권을 인정했다.
■경제 효과
FTA 발효에 따라 관세 인하, 거래 비용 감소 및 통관절차 간소화 등으로 한국 상품의 미국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된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경제 연구기관이 지난해 8월 합동으로 내놓은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후 10년 동안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5.7% 증가하고 35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대미 무역수지 또한 향후 15년간 연평균 1.4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 삼겹살·치즈 가격 크게 내려
분야별로는 자동차가 15년 간 연 평균 7억2,200만달러 이상의 수출 증대가 예상되고 자동차 부품 역시 발효 즉시 4%의 관세가 즉시 철폐돼 대미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 일자리 창출은 제조업이 9만개, 농림어업이 5,000개, 서비스업이 27만개씩이다.
FTA는 한국인의 소비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저렴한 가격의 미국 농수산품이 대거 수입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미국산 삼겹살은 관세(22.5%)가 10년 동안 점진 철폐돼 한국산 가격의 60% 수준에서 구입 가능하다. 슬라이스 치즈에 부과되는 관세(36%)도 점진적으로 철폐돼 치즈 가격이 크게 낮아지게 됐다.
커피(8%)와 오렌지주스(54%), 캘리포니아 건포도(21%), 캘리포니아 아몬드(8%), 체리(24%), 와인(15%) 등의 관세가 즉시 철폐돼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인하폭은 더 크다.
반면 미국 서비스 산업의 높은 경쟁력으로 인해 한국 서비스 산업 수지 적자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현재 한국의 대미 서비스 수지 적자 규모는 123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실업난 해소 기여… 경상수지 개선
미국 정부가 한미 FTA로 가장 크게 기대하는 부문은 교역량 확대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다. 미국 정부는 FTA가 시행되면 현 900억달러 수준인 한국과의 교역량이 향후 5년 동안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1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측은 특히 시행 4년 뒤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자동차 분야와 한국 측 관세가 미국 관세보다 2배 높은 농업분야의 대한 수출 증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무역위원회(ITC)는 발효 첫해에만 109억달러의 대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한다. 수출 증가는 연간 120억달러에 달하는 대한 무역적자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미국 정부 계산이다.
또한 한국 서비스시장이 개방되면 미국 서비스 업체의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법률 컨설팅, 회계, 교육, 헬스케어 등 미국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의 한국 진출이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한인사회, 최대 수혜… 전문직 종사자 날개
한미 FTA는 한인타운의 젖줄인 자바시장과 한인물류업체, 관광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선 자바시장의 경우 섬유에 부과되는 평균관세 13% 철폐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어떤 품목보다 크다. 관세 철폐는 한국산 원단과 의류의 수입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양말(13.5%)과 여성용 드레스(14.9%)에 붙는 관세가 즉시 철폐돼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소싱하던 원단이 한국산으로 대체될 수 있다.
온라인 샤핑몰 등을 통해 고급 청바지(관세 13%)이나 핸드백(8%), 건강보조식품(8%) 구매대행 사업을 하는 한인들도 관세 철폐로 한국 판매에 활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교역량은 증가하지만 통관 속도는 빨라진다. FTA 발효 뒤 일반 화물은 수입신고서 제출 뒤 48시간, UPS나 페덱스 같은 특송화물은 4시간 이내에 반출돼야 한다.
■이르면 2월 중순… 늦으면 3월 말 발효
당초 한미 양국은 2012년 1월1일 발효를 기대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 관련법 개정 조항 번역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진데다 연말 연휴시즌이 시작돼 일정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데다 양국 당국자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발효까지 막판 조율이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상당수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어 가급적 총선과 멀리 떨어진 시점에서 발효되고 있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핵안보 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하는 3월 말을 한미 FTA 발효의 마감시한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한미 FTA는 이르면 2월 중순 이후, 늦어도 3월 말 이전에는 한미 FTA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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