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코커스에 참가해 버락 오바마에게 한 표를 던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 지났다. 3일 열린 올해 선거에는 공화당 코커스에 참석했다. 민주당은 어차피 오바마로 굳어져 투표를 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화당 코커스는 어떻게 다른가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까지 손잡고 소풍가듯 동네 도서관으로, 교회로 몰려가는 것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손자에게 책을 읽어주며 미국 선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코커스는 민주주의의 잔치’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누구를 지지하든 참석자들은 모두 상대방에 예의를 갖추었고 코커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상대당 후보를 원수로 여기고 육탄전과 최루탄 살포를 태연히 자행하는 어느 나라 정치판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코커스에 들어가는 사람은 원래 시민권자여야 하지만 이를 증명할 서류를 가지고 갈 필요는 없다. 미국식 아너 시스템이다.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나는 시민권자임’을 밝히는 서류에 사인만 하면 투표 자격이 주어진다. 불법체류자라도 마음만 먹으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공화당 코커스는 민주당과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달랐다.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할 의장을 뽑는 것은 같았지만 민주당은 지지자들끼리 모여 다른 후보 지지자들과 토론도 하고 거래도 하는 반면 공화당은 각 지지자들의 소견 발표가 있은 다음 낡은 종이에 지지 후보 이름을 써내는 것이 전부였다.
민주당 코커스는 지지자들끼리 한데 모여 사람이 많이 모인 그룹이 승자가 된다. 사람 수 차이가 아주 근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를 세지도 않는다. 반면 공화당은 표에다 이름을 써내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다.
따라서 민주당은 코커스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공화당은 금방 끝난다. 내가 참석한 공화당 코커스는 저녁 7시에 시작했다 50분 만에 끝났다. 투표 결과 롬니가 신승하고 그전까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샌토럼이 2등을 한데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지만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롬니 대 반 롬니의 대결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롬니는 온건파로 보수 공화당에게는 인기가 없다. 정치 색깔이 민주당과 잘 구별이 안 되는 것이다. 거기다 모르몬교도다. 따라서 골수 공화당은 처음부터 롬니가 아닌 후보를 찾았으며 그 대상이 처음에는 바크먼이었다 그 다음에는 페리였다 케인으로 갔다 깅리치까지 왔으나 모두 마땅치 않자 결국 샌토럼에게 표를 준 것이다. 골수 자유주의자(libertarian)인 론 폴은 처음부터 당선 가능성이 없고 롬니는 싫고 다른 대안은 없고 하다 보니 샌토럼에게까지 차례가 간 것이다.
11월에 열린 대선 본선거도 결국 롬니 대 오바마라기 보다는 롬니 대 반 롬니의 대결이라고 본다. 공화당 보수파가 롬니에 얼마나 표를 주느냐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란 이야기다. 11월 본선이 기다려진다.
민경조/ 아이오와 주립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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