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오라는 모임이 많아 몸은 바빴지만 즐거웠다. 몇 달 만에 혹은 10년 만의 만남도 있어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으로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꽃단장에 차려 입고 나다닐 일이 적은 미국에서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되니 평소 청바지에 백 팩을 즐기는 나는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고민을 해야만 했다.
이런 고민을 자칭 타칭 외모 꾸미기에 센스 있다는 친구에게 토로했더니 S사 투피스에 C사 가방은 기본이라며 핀잔을 준다. 거기에 유행 타는 디자인은 짝퉁이 제격이니 하나쯤 사라는 사족까지 덧붙인다.
한 번도 쩍퉁을 쓰는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전 그림에 소질이 있던 딸 아이가 디자인 공모전에 당선돼 상당한 금액의 상금을 받은 적이 있었다. 주최 측은 그 디자인을 회사 로고에 쓰는 조건으로 딸 아이에게 돈을 지불하고 사간 것이다. 고지식한 딸 아이가 짝퉁에 대해 남의 디자인을 훔쳐 그럴듯하게 만들어 파는 자체가 불법이며 쩍퉁임을 알고 사는 것은 더욱 나쁘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걸 듣고 그날로 나는 짝퉁 가방을 미련 없이 버렸다.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고 갖고 싶은 마음을 내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디자이너가 각고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 피워 낸 명품이라는 꽃을 나도 소유하고 즐기고 싶다. 하지만 조화를 꽃병에 꽂고 향기를 맡는 시늉을 하는 어리석음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보는 이는 몰라도 맡는 나는 알지 않는가. 그렇다고 가짜 꽃이 향기 그윽한 진짜로 바뀌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천경주 / 한국어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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