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한평생을 살면서 누릴 수 있는 복 중에서 가장 큰 복은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늙은 때까지 같이 해로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많은 돈이 있고 자식들이 잘됐다 하더라도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외로운 노후를 맞는 것만큼 슬픈 그림은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TV에서 우연히 백발의 부부가 서로 아름답게 해로하는 모습을 보았다.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을 정도로 노부부의 로맨스는 나를 즐겁게 했다. 70년을 같이 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서로에 대한 마음은 방금 만나 사랑을 시작한 청춘남녀 부럽지 않아 보였다.

그들의 사랑은 가까이 하면 곧 데일 것 같은 뜨거운 불이 아닌 포근하고 따뜻한 온돌방과 같았다. 70년을 해로하면서 서로의 단점을 보듬는 법, 서로의 장점에 대해 고마워하는 법, 내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상대를 위해주는 법을 노부부는 너무나 잘 알고 계셨다. 그들은 진정한 관계의 달인들이였다.

소위 말해 궁합이 잘 맞는 남녀가 결혼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그 부부가 살아오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같이 노력한 흔적이 더 많이 보였다. 할머니에게 금은보화를 가져다주진 못했지만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밭일 한번 못하게 하셨단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으로 할머니를 아끼신 것이다.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시는 할아버지다.

또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짓궂은 장난에 속상해 하시면서도 할아버지에 대한 감사가 생활화 되신 분이셨다. 작고 하찮은 일에도 언제나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으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남자를 춤추게 하는 법을 알고 계신 대단한 관계의 달인임이 느껴졌다.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보내고 계시는 노부부를 보면서 오늘부터 나도 내 남편을 춤추게 하는 현명한 부인이 돼야겠다는 약속을 해본다.


류 미 /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