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대박을 낸 서울대 김난도 교수. 최근 40, 50대 중년의 고민을 담은 에세이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너무 바빠 언제 끝낼지는 모르지만 그 에세이의 파일명을 ‘결리니까 중년이다’로 정했다고. 그러면서 어디까지나 프로젝트명일 뿐, 진짜 제목이 될 확률은 제로라고 못 박는다.
결혼, 직장, 자녀, 은퇴 준비에 이르기까지 이곳저곳 안 결리는 곳 없는 중년의 삶에 대한 에세이라 공감이 갈 것 같다. 아마도 다음 시리즈는 ‘쑤시니까 노년이다’ 아닐까. 그런데 나는 요즘 우리 남편이 제일로 결린다.
현저히 기온이 떨어졌던 최근, 아침마다 차창에 낀 서리 제거에만도 최소 10분은 걸렸다. 회사가 멀어 새벽같이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출근 전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 서리가 잔뜩 낀 자동차 유리를 정성껏 녹여놓았다.
“여보야, 잘했지?” 했더니 의외로 까칠한 반응이 날아온다. “뜨거운 물 부으면 차 유리 갈라진다고 했잖아!” 어젯밤에 잠을 잘못 잤나, 눈까지 치켜뜨고는 휑하니 가버린다. 고마워 할 줄 알았는데 완전히 의외의 반응이었다. 안 그래도 뜨거운 물은 유리창 갈라질까봐 아주 미지근한 물로 부었는데, 이런 걸 보고 야무지게 뒤통수 맞았다고 하나보다.
우리 남편, 자동차 유리 갈라질 걱정만 했지, 부부사이 갈라질 건 생각도 안 하나보다. 그날 아침, 의도와 달리 벌어진 일로 인해 나의 기분은 오전 내내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암만 생각해도 요즘 우리 남편은 완전히 ‘남의 편’ 이다. 이래저래 치이는 기분이 드는 걸 보니 확실히 난 ‘결리는 중년’ 같다.
송혜영 / 프리랜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