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봄이 되면 나물을 캐러 들로 나갔다고 했다. 친구들과 바구니 하나, 나물 뜯을 칼 하나를 쥐고 나가 나물도 뜯고, 꽃을 따서 목걸이도 만들며 하루 종일 놀곤 했다고 한다. 들판의 수많은 풀들 중 먹을 수 있는 나물과 아닌 것을 가려내는 기술은 수 세대를 걸쳐 내려온 노하우일 것이다.
아이와 동네 야산을 산책하다 나도 나물을 뜯어볼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열무처럼 생긴 풀이 눈에 띄었다. 하나를 따서 씹어보니 맛이 그럴싸했다. 일명 ‘야생열무’를 발견한 기쁨에 그런 것이 또 있나 싶어 둘러보니 이런 저런 풀들이 눈에 띄긴 하는데, 무엇이 식용인지 도저히 식별해 낼 수가 없었다.
매일 음식하는 것을 업으로 사는 사람의 눈으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 땅이 자연스럽게 키워내는 식재료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이 곳의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인디언들이 세대를 거쳐 쌓아온 지혜를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것은 들판에 핀 아름다운 꽃의 이름을, 나를 먹여 살릴 들판의 먹거리들을 다정하게 알려줄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그 모든 어머니가 사라진 것과 같다.
송민정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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