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뉴욕시에서는 많은 공립학교들이 문을 닫는다. 뉴욕의 공립학교 사정을 보면 미국의 공교육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뉴욕의 공립학교들이 문을 닫는 것은 학생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성적이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성적이 낮아서 폐교하고 나면 그 지역의 고등학생들은 모두 다른 지역의 학교로 무더기로 넘어 가게 된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괜찮던 고등학교들이 밀려든 학생들로 이제는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 학생이 너무 많아서 한 수업이 끝나고 다른 수업이 있는 교실로 옮겨가기가 힘들 정도라고 한다.
2004년 블룸버그 시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뉴욕시는 그동안 공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던 교육위원들을 없애고 시장실에서 임명한 시 교육감이 사실상 모든 것을 관리 감독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블룸버그 시장은 탁월한 사업가이다. 사업가는 여러 지부를 관리하면서 장사가 잘되는 곳은 더욱 투자를 하고 장사가 안 되는 곳은 문을 닫아버린다. 현재 뉴욕시는 철저한 비즈니스 식 교육행정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 뉴욕시는 성적이 낮은 학교는 문을 닫고, 성적이 좋은 학교로 학생들을 목장의 양떼 몰듯이 몰아가고 있다. 평가의 기준이 되는 영어, 수학 교육에만 집중할 뿐 인성발달을 위한 예·체능 교육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있었던 방과 후 예·체능 교육도 어느 시점부터 사라졌다.
성과위주의 교육, 인성발달 보다는 시험성적 위주의 교육만이 진행이 되고 있다. 특히 교육행정 자체를 완전히 행정 편의주의적인 방식으로 끌고 가다보니, 시험성적만이 모든 것을 평가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계속해서 성적 꼴찌 학교가 매년 문을 닫게 되다 보면 뉴욕시에는 자칫 마지막까지 1등을 하는 하나의 학교만 남는 것은 아닐까?
상식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교의 성적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성적이 좋은 학교는 어떻게 더 잘하게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교육행정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데 교육 행정조직의 통제만 따라가는 각 학교 행정을 견제하고 시교육위원회의 일방적인 행정 편의주의에 제동을 걸 권한을 가진 교육위원이 없어지면서 뉴욕의 공교육이 걱정스런 수준이 되고 있다.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해지고 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있다.
뉴욕시는 돈이 없다고 제일 먼저 시 재정에서 교육재정을 줄인다. 성적이 낮다고 학교를 폐쇄하고 교육자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 일반인들에게 조차 차터 스쿨 허가를 내주고 막대한 시 교육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교육행정에 대한 평가를 하고 싶지만 교육은 종종 여러 이슈들에 묻혀서 잘 부각도 되지 않는다. 경제가 어렵고 보면 선거에서의 이슈는 온통 경제에 집중 되어버린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뉴욕시는 먼저 교육위원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 권한을 가진 교육위원을 선출하게 되면 먼저 교육이라는 이슈가 집중 부각되고, 교육위원들은 평가를 제대로 받기 위해 지역의 공교육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뉴욕시에서 시의 일방적인 행정 편의주의적인 교육행정에 제동을 걸고 자녀를 둔 시민이 원하는 교육을 연구하고 책임지는 권한을 가진 교육위원을 부활시키는 데 한인사회도 목소리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동찬/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