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쯤일까? 우리집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서울에 올라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엄마의 심부름으로 고모님 댁에 다녀오다 길을 잃었다. 가도 가도 낯익은 풍경은 보이지 않고 낯설고 물설기만 했다. 정겹고 아늑한 고향에서의 시간들은 기억 속에서의 풍경일 뿐, 6살의 촌 여자아이에게 서울살이는 그렇게 암울하게 시작되었다.
1990년 8월 초 어두움이 내려앉은 시간, 미국에 도착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어리버리한 나는 USC 앞에 있는 버거킹을 찾기 위해 1시간가량이나 헤매고 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남편과 만나기로 한 그 장소를 찾지 못하여 쩔쩔매는 모습은 영락없는 6살 여자아이의 모습이었다.
경제한파가 우리 가정을 2009년부터 얼어붙게 하면서 이제껏 내가 걸어왔던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전에는 길을 잃고 다시 제자리로 찾아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옥훈련 속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이 훈련을 통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소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과 두 아이들의 의미, 또 나의 모든 것을 잘 아시는 그 분의 보호하시는 손길이. 그래 괴로워도 슬퍼도 활짝 웃자. 길을 찾을 때까지.
이미애 /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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