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열린 제3차 북미 고위급회담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극적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있어서 약간의 진전을 이루는데 성공했고 향후 6자회담재개의 계기를 만든 것으로 평가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은 김정은의 등장 이후 북한의 요청으로 열린 첫 북미 고위급 대화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김정은 북한의 대남정책은 강경노선이나 대미정책에서는 전향적 자세와 유연성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북한의 신외교노선의 향방을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급사 직전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하는 보상으로 24만t의 대북 영양지원을 제공하기로 ‘잠정 합의’ 했었다. 이번 회담에서 이를 중심으로 한 북미간의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지만 양측이 만족스런 타결을 이루지 못하고 향후 뉴욕 채널을 통해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잠정합의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가동중단과 대북 영양(식량)지원 등 핵심쟁점에 대해 큰 틀로써 재확인하였고 각론에 들어가서는 아직도 타결해야할 핵심이슈들이 남아있어 6자 회담 재개까지는 밀고 당기는 협상이 남아있다. 인내가 필요하며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를 찾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으로 북미 간 타결해야할 핵심이슈를 간단히 정리 해보면 북한이 UEP가동을 중단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언제, 어떤 형식으로 받아들일지에 관해 합의해야 하고 이 문제는 6자 본 회담의 의제설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양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편 대북 영양지원에 있어서 30만t 규모를 요구하고 알곡을 포함한 품목 변경을 요구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어느 정도로 양보와 타협을 할 것인지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미국 측은 지원한 알곡이 군량미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주저하고 있고, 북측은 미국이 요구하는 IAEA 검증과 영양지원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에 대해 주권 침해라는 견해를 밝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과연 미국과 북한은 핵심이슈 타결을 위해 양보하고 타협할 의지가 있는가?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란 핵 문제가 불거져 북한 핵 문제의 안정적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관리해 나가야하는 입장이고 북한은 후계체제의 정통성 확보와 국내안정화 특히 식량 확보를 위해 미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미 모두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가 있는지가 의문이다. 결국 앞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북미가 얼마나 양보와 타협의지를 갖고 접근 하느냐가 관건이다.
결론적으로 UEP 가동중단과 함께 IAEA 사찰단 복귀와 검증, 대량살상무기(WMD)실험에 모라토리엄 선언 등 비핵화 사전조치를 북한이 수용해야 한다. 한편 미국은 이번회담에서 북한이 24만t의 영양지원 대신 30만t 규모로 알곡을 포함한 식량(영양) 지원을 요구하고 대북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는 주장에 다소 부담감을 느끼는듯하다.
북한이 약간 눈높이를 낮추고 적절한 수준에서의 북미 간 양보와 타협으로 타결되길 바란다. 북한의 새 지도자들이 통 큰 결단을 보여줄 때다. 강성대국의 원년을 선포할 4.15 대행사가 얼마 남지 않았고 말 그대로 축제가 되려면 이번에 양보하여 타결함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6자간 협력과 양보/타협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특히 남북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3차에 걸쳐 북미양자대화는 6자회담 틀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점진적으로 북핵문제 타결을 위해 미북 양자 틀 속으로 북한이 끌고 가려는 의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미국은 이점을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 향후 미북 간 뉴욕 채널을 통해 베이징에서 합의하지 못한 사항을 조율하여 다음 제4차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바란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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