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교회 친구와 40여년 만에 만났다. 당시 우리는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사이였지만 같이 걸었었고 한강을 내려다보며 동화 같은 이야기를 했고 온돌방 같은 바위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곤 했었다.
오래전 그의 사업이 망했다는 소문을 접한 후 여러모로 연락할 방법을 알아보던 중 마침 내가 방문하고 있던 싱가폴의 이웃나라여서 앞뒤 생각하지 않고 그를 찾아갔다. 내가 이렇게 결단력 있고 용감한 사람인 줄 처음 알았다.
그가 사업을 잘할 때는 소식만으로 그만이었는데 사업이 주저앉았다니까 마음이 좋지 않고 찾고 싶어졌었다. 드디어 E메일이 오가고 “어떤 할망군가 못 알아보지 말고 눈 크게 뜨고 찾아” 그가 비행장으로 마중을 나왔다. 자동차를 타고 두시간 남짓 그가 사는 시골로 가며 얘기가 시작되고 “45년 전 못 잡아본 손 잡아보자”며 그가 내 손을 잡는 순간 우리는 소년소녀가 되었다.
그는 이제 두 손자의 할아버지가 되었고 미인인 아내와 둘이 살고 있었다. 소년소녀는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추억을 함께 더듬으며 또 각자 살아온 지난날을 이야기하며 밤이 깊어 가는 줄 몰랐다. 이틀간의 아름다운 만남을 마치고 가슴 가득히 살아 갈 기쁨을 안고 늙은 소년소녀는 헤어져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지구 반대편이라는 거리도 문제되지 않는다. 가끔 송창식의 “우리는” 이라는 노래를 함께 부를 수만 있다면... 지금 그는 믿음과 기도의 동지로, 삶의 불씨로 나와 동행하고 있다.
김여옥 / 풀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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