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마지막 토요일, 버뱅크 고등학교에서 아주 특별한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은 버뱅크, 라카냐다 및 글렌데일 세 교육구의 특수교육을 통합 관리하는 풋힐 셀파(SELPA) 주관으로 특수교육 서비스와 관련된 주요 정보들을 학부모들에게 제공하는 모임이었다. 1975년에 제정된 ‘장애아동 교육법’에 의거해 교육구는 신체 및 지적 장애 등 여러 이유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무상 공립교육 (FAPE)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장애인 교육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는 미국 복지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인을 둔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가 미국에서 특수교육을 받는 것을 하나의 소망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많은 한인 학부모들은 그들의 자녀가 이러한 특수교육을 받도록 미국으로 오고 있다. 또한 이들 중 많은 학생들이 호전되어 일반인들과 별반 차이 없이 살아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2005년 11월14일 연방대법원은 장애인 특수교육에 관한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관 6대2 결정으로, “특수교육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당사자는 그들이 제공받는 서비스가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입증할 거증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교육구는 학부모 개개인보다 더 많은 수단을 갖고 있는 까닭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적절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을 자동적으로 진다”는 학부모의 주장을 기각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학부모나 후견인은 교육구에서 제공되는 개별교육이 학생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결정하였다.
다른 말로, 자녀에게 제공되는 특수교육이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능력이 부족한 학부모는 소송을 제기할 자격조차 없으며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은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먼저 입증하여야 된다는 이야기이다.
장애생의 부모와 교육구 사이에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특수교육을 받는 대부분의 장애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표현할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학부모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 자녀를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자녀의 능력과 상관없이 교육구에 더 많은 서비스를 요구하게 된다. 한편 교육구 입장에서는 연방 및 주정부 보조가 줄어드니 교육구 예산 가운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특수교육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충분한 예산이 확보된다면, 불필요한 법적 분쟁보다는 장애인을 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니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복지혜택 축소가 법적 분쟁의 근원이라 할 것이며, 상기의 대법원 판결은 사회적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 판례일 뿐 아니라 세계에 자랑하던 미국의 특수교육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판례가 되었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장애아동 교육법’ 자체를 멍들게 만들었다.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 분담을 사회보다는 각 개인에게 전가하는 판결과 함께 이제 미국은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이 이야기한 ‘저무는 미국’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김일선/ 글렌데일교육구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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