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에 상장돼 한때 주가가 13%까지 떨어지는 곤욕을 치른 페이스북에는 여전히 1분에 30명, 한 시간에 1,700명, 하루에 4만명이 신규로 가입하고 있다. 그 인기도는 콜로라도 주립대의 저널리즘 강의 시간에 역력하게 나타났다.
교수가 수강생들에게 물었다. “어제 저녁 뉴스를 본 학생 혹은 오늘 아침 뉴욕 타임스를 읽은 학생 있나?”140명 가운데 2명이 손을 들었다. “강의실로 들어오기 전 페이스북에 접속한 학생…”질문이 떨어지기도 전에 모든 손이 다 올라갔다.
손을 올린 학생들의 성적은 어떨까. 오하이오 주립대로 시작해서 영국의 옥스포드, 네덜란드의 오픈대에 이르기까지 페이스북과 학점 관계를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자주, 그리고 장시간 이용하는 학생일수록 성적이 낮다.
한 연구논문은 대학생이 하루 평균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시간이 106분이라고 밝히고, 매 93분마다 학점이 0.12포인트씩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옥스포드 대학의 신경과학자 수잔 그린필드는 영국 의회 강연에서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SNS)는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순간 만족을 쫓게 만드는 저능아 제조기”라고 경고했다.
물론 페이스북이 가진 장점도 무궁무진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일부러 약속을 하거나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제거하여 실시간 대화를 가능케 했고, 공감대 형성을 위한 동호회를 클릭 하나로 시작케 했고, 직장을 찾기 위한 소중한 인맥 관리를 손쉽게 만드는 등 수 없는 공헌을 했다. 한마디로 네트워크 기회를 폭증시켰다.
이렇게 페이스북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과 대화를 함으로써 존재감을 확인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화 요청을 해도 응답이 없으면 불안ㆍ 초조해지고, 친구의 담벼락에 올려진 화려한 사진에 주눅 들어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을 절대적인 네트워킹 총아로 떠받들지만 그곳에는 잔인ㆍ거짓ㆍ질투ㆍ변덕ㆍ사치ㆍ불신ㆍ왜곡ㆍ차별ㆍ왕따 등 인간 본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시카고 대학의 신경과학 교수 카시오포는 “인터넷 대화는 친밀함의 모조품”이라고 일갈했다. 모조품은 인간관계에서 갈등만 일으킬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스북의 창시자 주커버거의 경험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마지막 장면은 주커버거가 페이스북에 접속한 후 헤어진 여자 친구 에리카에게 친구요청을 보낼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를 조롱하는 경쾌한 음악이 배경에 깔린다. 앞서 주커버거는 에리카로부터 차인 후 그녀를 찾아가 설득하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현실에서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주커버거는 자신이 만든 페이스북에서도 화면만 응시하고 있다. 수 억명이 자신이 제작한 사이트에서 서로 친분을 맺고 있지만 정작 주커버거는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를 갈등하고 있다. 버튼으로 연결된 피상적 관계 속에 과연 진심이란 것이 존재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에 중독된 이용자는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아이오와 대학의 페이스북 중독자 클럽은 330명의 회원수를 자랑한다. 독일의 물리학자 바이츠제커는 테크놀로지에 관해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피력했다. “인간이 테크놀로지에 조금만 의지하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과 문화를 바꾼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불행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진단을 내놓는다. 페이스북 중독자는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대니얼 홍 /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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