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해외에 유입되는 방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유민과 이민, 그리고 기민이다. 유민은 못 먹고 헐벗으며 해외를 떠돈 유랑민이다. 일제 강점기에 국내에서 농토를 잃고 만주 간도 땅 등지로 옮겨간 백성들을 말한다.

이민은 정식으로 초청국의 비자를 받고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다. 공식적인 통계로는 1902년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가 처음이다. 기민은 감언이설에 속아 멕시코로 건너가 에네껜 밭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던 분이다. 쿠바로 이주한 분들은 그곳에서 계약기간이 끝난 후 건너간 경우다.

지난 연말과 금년 4월, 2차례에 걸쳐 한국 독립기념관에서 파견된 역사자료 실사단이 2004년 대한인국민회 건물을 복원하던 중 천정에서 나온 자료들을 조사했다. 자료들 속에서 멕시코와 쿠바 동포들이 보내준 독립운동 후원금의 명세서가 나왔다.

이들은 조국의 독립이 노예생활과 같은 자신의 삶보다 더 귀중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해외에 이주한 모든 한국인들의 생각과 행동이 선각자 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한인국민회는 해외 망명정부였고 독립운동의 기지였다.

3.1독립운동이 일어나자 한 달 만에 도산 안창호 선생은 임시정부를 세우기 위한 2만5,000여달러의 자금을 들고 상해로 향했다. 그 후 임시정부를 운영하고, 흥사단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에 필요한 대부분의 재정적인 자원이 미주에서 이뤄졌다. 대부분 일당 1달러70센트 선을 받던 농장과 광산, 철도공사 노동자들이 모은 돈이었다. 그런데도 그 많은 금액을 일시에 조성했던 것이다.

5번 프리웨이 베이커스필드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고개위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끼고 새크라멘토까지 끝없이 뻗어있는 밸리를 바라보게 된다. 이곳이 한국의 해외 독립운동에 최대의 젓줄이었다. 그곳엔 농토를 임대해 과일(넥타린)과 쌀농사 등의 기업형 농업을 일으킨 큰손들이 있었다.

도산선생도 이곳에서 북미실업(주)을 세웠다. 높은 기온, 공기오염, 농약 등 지금은 풍토병이 심한 곳이다. 1998년 흥사단은 한국정부로부터 독립공채(약 8,000여달러)를 환율대비 (약 25배)로 상환 받은 적이 있다. 상환당시 한국정부는 임시법을 제정했지만, 흥사단이 제시한 것이 유일한 근거가 됐다. 이것은 1920년대에 발행한 것으로 흥사단 선배 단우들이 맡겨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도와 성공한 나라가 한국과 이스라엘이다. 한국은 주변 강대국들의 틈새에 끼어서도 세계를 이끄는 나라로 성장했다. 가난과 전쟁의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피운 기적의 나라가 되었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과거의 역사를 땅에 묻고, 오늘날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싶은 심경이다.

6월16일과 17일 양일간 흥사단은 제99차 미주대회를 이곳 LA에서 갖는다. 그 시간에 맞춰 흥사단 본부 40여명은 14일부터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 리들리, 다이뉴바, 리버사이드 도산 동상을 거쳐 LA 대한인국민회 기념관까지 ‘흥사단과 도산의 발자취를 찾아’라는 테마여행을 갖는다. 오늘날 한국의 기적을 이룩하는데 우리 선조들의 강인한 삶과 이곳 미국 서부지역의 역할이 얼마나 컸던가를 깊이 인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이면 흥사단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한국인이 세운 사회단체로서 유일하다. 만감이 교차하는 이 시점에 흥사단 역시 다양하고 변화된 시대에 새롭게 일어나는 단체가 되어주길 바란다.


이창수/ 흥사단 미주위원부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