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미
"ㅇㅇ야 너는 아름답게 늙어가고 있니?"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친구가 통화중 불쑥 던진 질문에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었다. 질문의 의미는 비단 외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은 당연하니 그 시간부터 내겐 복잡한 울림이 시작되었다. 이미 내 나이가 ‘늙음’의 문턱에 와 있다는 자각과 함께 덤으로 뭐뭐답게 늙어 가야하는 문제에 맞닥뜨린 것이다. 지금의 이 시대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가 꽤 되었고, 아무리 마음은 소녀시대라 외쳐 봐도 숫자로 50을 넘어섰다는 건 분명히 물리적인 증거가 확실한 초로의 나이인 건 분명하니 말이다. 친
구 중의 몇 몇은 손주들을 본지 이미 여러 해…그래도 ‘할머니’라고 불리기엔 왠지 어색한 젊은 그들. 나는 과연 오래 전 계획하고 상상했던 아름다운 노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자, 그러면 마음은 원이로되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이 노년의 시작을 어떻게 하면 즐겁고 지혜롭게 맞을 수 있을까?
우선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주위엔 신체적으로나 마음으로나 2~30대 못지않는 어르신들이 여럿 계시다. 물론 운동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닐 터지만 그들은 날자를 정해 빠뜨리지 않고 정기적인 운동을 하며 신체를 단련시킨다.
그분들을 뵈면 목소리에 생기가 넘치고 생각하는 방식도 무척 개방적이어서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과의 대화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받아들임에 게으르지 않은 점도 나를 놀라게 한다. 그것이 꼭 ‘젊어 보이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은 아니지만 자기 자신에게 노인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아무런 노력 없이 존경과 동의만을 바라는 고집스런 ‘늙은이’가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그 분들을 뵈면 나도 그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너그러움과 따뜻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고 다 그렇진 아닐진대 간혹 그런 노인들을 본다. 남의 말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 하는 사람, 별 것도 아닌 일에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 내 것은 절대로 남에게 양보 못하는 사람, 어긋난 결정을 하면서도 자신을 존중해주기만 바라는 사람, 아랫사람들의 실수나 다툼에 나서서 감싸주거나 화해시키지 않는 사람, 나는 그런 노인이 되지 말아야지 몇 번이고 되뇌어본다.
학식이 아무리 높고 사회 지도층에 속해있다 해도 자신의 아집에 사로 잡혀 쓸데없는 고집만 부린다면 존경은커녕 외면이나 당하지 않을까?
오래 전 ‘Grumpier Old Men’(괴팍스런 노인들)이란 코믹 풍자 영화를 의미있게 봤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두 괴팍한 노인이 낚시와 여인 등을 사이에 두고 늘상 옥신각신하다가 화해의 과정을 담은 따스한 영화였다. 조금은 해학적이고 과장된 설정이 없진 않았지만 영화 속의 그들을 보며 결국 주제는 ‘외로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오랜 세월 함께 했던 남편이나 아내는 죽고 자녀들은 제각기 삶을 찾아 떠나고 젊은 시절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도 어느 사이 곁에 없고… 스스로 쌓아놓은 높은 마음의 담장 안에서 주변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고립되어 살아가는 외로운 노인들을 주변에서 간혹 뵌다.
정신의학 전문가의 말을 굳이 빌지 않더라도 작금의 노년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친구라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얘기겠다. 그래서 좋은 보약을 지을 때 친구 것도 챙겨 그가 오래도록 내 곁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라던 얘기가 더 이상 우스개 소리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될수록 내 말을 하기보담 상대의 얘기에 더 귀 기울여주고, 인생살이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눠 주고 싶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골프도 치고, 손주들과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도 해가며, 산으로 캠핑을 가서 하이킹도 하면서, 양지바른 곳에 앉아 수도쿠도 하고, 좋아하는 재즈음악을 들으며 좋은 친구들과 오래도록 그렇게 아름답고 명랑하고 건강하게 늙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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