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몽은 (전 정신과 의사)
얼마 전 친구의 딸에게서 어머니의 70세 생신에 어머니 친구 분들을 모시고 식사를 하려고 하는 데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어디서 하는지 약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하는 말이 지피에스를 보면서 찾아오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지피에스가 없다고 말 했더니 그러면 컴퓨터에서 약도를 뽑는 것이 자기가 말로 설명해 주는 것보다 더 정확할 것 같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나니 기분이 씁쓸하다. 그러면서 옛날이 그립게 떠오른다. 불과 10몇 년 전만 해도 누구네 집에 초대를 받으면 초대한 사람으로부터 먼저 약도부터 받았다. 초대한 사람은 열심히 설명을 한다. 무슨 하이웨이를 타고 오다가 엑시트 몇에서 나와서 바른쪽으로 턴해서 트래픽 라이트를 몇 개 지나면...이렇게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고, 그러면 초대받은 사람은 열심히 받아 적었다. 그렇게 해서 그 집을 찾아가면 집 주인은 집 잘 찾아오셨어요? 하면서 인사를 했고, 손님은 예 약도를 잘 설명해 주셔서 아주 쉽게 찾아왔어요. 하면서 다정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면 어느새 주인과 손님은 만나기 전에 있었던 약간의 긴장감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언젠가는 딸아이가 집에 왔는데 그날 마침 갈비찜을 만들었다. 딸아이는 맛있다고 하면서 다음에 만들 때에는 자기를 불러달라고 한다. 엄마가 만드는 것을 보고 배우고 싶다고. 며칠 뒤 나는 일부러 갈비를 사다놓고 딸을 불렀다. 엄마가 갈비찜을 만들려고 하는데 집으로 오라고. 그랬더니 딸아이가 하는 말이 엄마 나 벌써 해 먹었어. 구글에 들어가서 갈비찜 만드는 것 보고 그대로 만들었더니 엄마가 만든 것만은 못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어 한다.
나는 그래? 잘 했다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마치 내가 무슨 경주에서 진, 패자 같은 기분이 들면서 갈비찜 만들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졌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엄마에게 별 별것 다 물었다. 나는 아이들이 물어보면 가르쳐 주기위해서 나 자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알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컴퓨터니 아이 폰이니 하는 것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엄마에게 이런저런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묻지 않는 것 같다. 컴퓨터에 들어가면 자기네 들이 알고싶어 하는 것을 빠르게, 엄마에게서 보다 더 정확하게 답을 얻을 수가 있으니까.
요즘은 부모와 떨어져 사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이 메일로 안부를 전하고, 집에 와도 아이 폰만 들고 앉았지 가족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이 세대는 말을 하지 않는, 무언의 세대가 되었는 것 같다. 물론 컴퓨터로 인해 편한 세상이 된 것에 대한 고마움은 말할 수도 없다. 모든 정보를 즉시 얻을 수가 있고...그래도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살아야 되지않겠는가? 목소리를 통해서 마음이 전달되고, 정을 나누는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