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본 것은 1985년 1월 국회의원 총선거였다. 1980년 광주학살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정권에 대항한 분노가 1985년 1월의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표출되었다. 그래서 당시 군사독재정권의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선거 직전에 갓 탄생했던 김영삼과 김대중이 중심이 된 신민당이 제1 야당으로 급부상을 했다. 그리고 이 선거 결과에 탄력을 받아 군사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은 더 거세졌고, 결국 1987년 6월 항쟁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선거는 미국으로 건너와 맞이했던 1987년 대통령 선거였다. 이 대통령 선거는 박정희군사정권이 영구집권을 목표로 1972년 유신체제를 선포하면서 대통령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도입한 이래 15년 만에 처음 있는 대통령 직선제 선거였다. 1987년 6월 항쟁의 주요구호가 ‘독재타도’ ‘직선제 쟁취’였다는 것을 생각할 때 대통령 직선제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왔다고 믿었던 양김씨에 대한 희망의 분출이었고, 이를 통해 군부독재를 완전히 종식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시 국민들 열망의 표출이었다. 물론 결과는 전두환 군부정권의 동지이자 후예였던 노태우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군부정권에게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부여한 이 선거 결과는 양김씨의 분열이 가져온 결과였다. 당시로서는 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선거가 갖는 힘과 동시에 선거가 갖는 한계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소중한 학습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그 가치를 이해하고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2년 여러 가지 문제로 중첩된 한국 사회의 문제들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악화되는 현상을 바라보면서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한국 사회가 가진 역동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동의 표출은 늘 선거가 중심이 되었다. 2002년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켰던 선거가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선거였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역동성이 항상 긍정적으로만 작용한 것이 아니고 반작용과 부작용을 남겼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시대를 아파하고 시대에 대한 책임감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편으로 이 사회에 변화의 에너지가 존재하며 이 에너지가 표출될 수 있는 주기적인 계기가 있음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이 에너지와 역동성의 방향을 어떻게 이끌어가며 그 내용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구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2012년 12월 19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다. 한국 사회가 또 한 번의 큰 변화의 물결에 휩싸이고, 강한 성장 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는 처음 기대와는 다르게 소수에 의해 다수가 불만족한 시대로 가고 있다. 그래서 한국 대선의 큰 화두도 경제민주화, 복지, 평화, 소통으로 표현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1987년 체제에 이어 2013년 새로운 체제를 말하고 있다. 어느 정치학자는 “2012년 승리를 통해 얻어질 ‘2013년 체제’는 승자독식의 경쟁 사회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 위에서 인간의 복지를 위해 연대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공동체를 향한 체제인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2013년 민주평화복지의 한반도공동체를 수립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2012년 12월 19일 선거권을 가진 모든 이들 앞에 놓여있다. 이 막중한 임무 앞에 스스로 질문해 보아야 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를 향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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