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학교에 한국어 과목 개설, 힘들어도 1세가 해야할 일”
미 공립학교 교사로 일하며 미국학교에 한국어반을 양성하려고 애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한인학생과 학부모를 위해서도 일한다. 이 모든 것이 사명감 없이 안되고 스트레스가 클 텐데 웃으면서 잘해내고 있는 이정혜 뉴욕한인교사회 공동회장이자 동서국제학교 ESL·한국어반 교사인 그를 만났다.
▲한국어 과목 개설 캠페인
“한국어가 미동부 지역 공립학교에 들어가는데 알게 모르게 노력한 것을 인정한 것 같다. 뉴욕, 뉴저지, 커네티컷 초중고에 한국어반이 15개 있다. 학교에 따라 수업시간과 수업일수는 다르다.”
지난 2월 19일 주 뉴욕총영사관에서 있은 ‘2012년 해외 한국어보급 유공자’상을 수상한 이정혜 뉴욕한인교사회 공동회장은 수상소감이 담담하다. 이 상은 대한민국 교육과학기술부가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과목 채택 활성화와 관련된 유공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수여하는 것으로 수상자 3명 중 이정혜는 미국내 유일한 수상자다.(나머지 2명의 수상자는 우즈베키스탄과 우크라이나)
“롱아일랜드 지역 공립학교에 아직 한국어반이 없다. 그레잇넥 지역 한 학교는 학생 1/4이 한인이다. 그런 학교일수록 교장을 방문, 한국방문 초청을 하고 한국어과목 개설 캠페인을 열심히 하고있다.”
이렇듯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정혜, 그는 뉴욕한인교사회(KATANY,공동회장 송온경·이정혜)를 통해 한국어과목 개설 캠페인, 교육세미나, 한국 설날과 전통문화 교육, SATII 및 리전트 한국어 시험대비 교재 발간 협조 및 교육 등을 하고 있다. 또 그는 LA소재 한국어진흥재단의 동부지역 담당이사로 한국어 AP과목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현재 한국어반 교사는 뉴욕시에 20~30명, 뉴욕시 유일한 이원교육학교인 플러싱 PS32에는 5명이다. 이정혜는 제12대 뉴욕한인교사회 회장으로써 하는 일이 많다.
“한달에 한번 플러싱 지역에서 모이는데 현재 20~25명이 활동 중이다. 뉴욕시에만 2세 한인교사들이 700여명이라는데 교사회가 더욱 알려지고 봉사를 하고자 하는 젊은 교사들이 모이기 바란다.”
최근에 뉴욕한인교사회가 주최한 학부모 세미나에는 80여명이 모였다.
“올 4월부터 새롭게 강화 시행되는 뉴욕주 표준시험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많은 학원들이 생기면서 참여하는 학부모 수는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공립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한인교사들이 한인학생들을 직접 대하고 학교생활에 대해 학부모와 상담을 할 수 있어 일단 신뢰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다.”
현직교사들이란 점에서 학부모의 기대는 크고 앞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인교사들의 자질 향상을 위한 자체 연수회를 1년에 3번 연다. 2011년 시작할 때는 공립학교 교사 대상이다가 올1월부터 토요주말학교 선생들도 초청했다. 금년에 2번 더 할 것이다.”또 2년에 한 번 1.5세 및 2세 한인들의 교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 많은 한인들이 공립학교 교사직을 선택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있다.
“나 역시 이 세미나를 통해 교사로 태어났다”
▲“1세가 미국학교 교사가 되다니?”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정혜는 무역업을 하는 남편 이찬우와 1982년 뉴욕으로 이민왔다. 39세 까지 직장 경험 없이 딸 하나를 낳아 키우며 살림만 하던 그가 교사가 된 것은 ‘운이 좋았다’고 한다. 명지대학 교수인 친정아버지가 “어서 넓은 데로 가서 배우라”고 늘 말씀했지만 ‘가게가 자리잡으면 공부해야지’하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 전공, 사회학 부전공을 한 그는 이민 오자마자 남편과 같이 자메이카에서 델리를 3년간 하면서 뉴욕초대교회에서 한국학교 교사를 한 것이 그 첫 번째 운이었다.‘주말학교 교사라도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안된다. 교사 트레이닝을 받자’고 하여 간 것이 명망있는 교육가 허병렬 씨가 진행하는 교사연수회였다. 그리고 1992년 한인교사회가 창립되면서 권현주 회장은 1994년 교사자격 취득 세미나를 열었다. 두 번째 운이었다.
“1세가 미국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다니? 한국어도 가르친다니?”
생소했지만 가능성을 보았고 ‘나도 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그래서 토플공부를 했고 94년 NYU 티솔 과정을 신청했다. 그때 ‘한국에서 대학만 나오면 일일교사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빨리 신청하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았다. 무조건 동네학교에 가서 경험삼아 일일교사 신청을 했다.
그런데 일이 되느라고 바로 플러싱 하이스쿨에서 결석한 교사 대신 일일교사를 하라는 연락이 왔다. 수업지도안도 못 짜는데 무조건 강단에 서서 2시간여 진땀을 흘리면서 사회와 과학 과목을 가르쳤다. 그리고 딱 2번 강의한 수강료로 253달러 체크를 받았다. 2년 과정인 NYU 티솔 대학원을 9월에 시작되었는데 10월4일 저녁 플러싱 교감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학교에서 가르쳐라”는 것. 난감했지만 기분 좋았다. ‘일단 6학점만 하고 다음학기에 6학점을 하자’고 수업일수를 조절하고 직장에 나간 것이 한인교사로의 첫걸음이었다. “다음날 수업지도안이 걱정되어 집에 못가고 있으면 여자교감이 도와주고 엄마처럼 돌봐주었다. 하루 5시간 ESL을 가르쳤는데 60~70%가 도미니칸, 콜럼비아,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등 히스패닉과 흑인, 소련과 이스라엘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1년후에는 ESL반 4개, 한국어반 1개를 맡았다. ”
1학기후 장학금을 주는 롱아일랜드 유니버시티로 옮겼고 그해 2월 교사 라이선스취득을 위한 상식 시험, 6월에는 교육이론과 실기 시험을 경험삼아 쳤는데 덜컥 둘다 붙어버렸다. 학교도 1년반만에 졸업했고 뉴욕에서 한국어 교사를 하려면 한국어 교육받을 곳이 없으니 시험으로 대체, 물론 이것도 통과했다. 이렇게 되면 그가 교사가 된 것은 ‘운’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증명해 준다. 모든 것이 승승장구였지만 초창기에는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처음 교사생활 1년간은 말 안듣는 아이들이 미웠고 이해를 못했다. 타인종 학생 중에는 시켜주지 않으면 화를 내고 막상 하라고 하면 앞에 나와서 애들한테 물어보면서 문제를 풀었다. 나중에는 그런 것들이 귀여웠다. 힘들었던 애들일수록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냈다. 다양한 아이들의 성향을 배워가면서 1년이 지나니 동료교사들이 너 이제 어려운 고비 넘겼다고 말해주었다.”
▲든든하고 보람된 교사회 되기를
이정혜는 1996년부터 10년간 플러싱 교협청소년센터에서 한인학생들의 인생과 공부, 신앙상담을 했고 후러싱제일교회에서 조선족을 위한 영어교실을 5~6년간 자원봉사했다.
1994년 플러싱 고교에서 일일교사로 시작하여 정식교사가 되고 플러싱 고교 4년, 뉴타운 고교 8년을 거쳐 2006년부터 현재는 동서국제학교 ESL 교사 및 한국어반 교사로 일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포담 대학원에서 에듀케이션 리더십을 배우고 있다.
“한류가 뜨면서 한국어가 관심사가 됐다. 우리 학교 K팝댄스 클럽이 얼마니 인기가 있는지 수업마다 30명 타인종 학생들이 몰린다. 수년 전부터 한국정부의 한국어반 지원금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는 앞으로 한인교사회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맨땅에 헤딩 하는 심정으로 교사들이 모여 한국어반 교과과정을 나누고 한국에 트레이닝을 보낸다. 힘들어도 신난다. 대학교수분들은 무조건 들어와서 초중고등, 대학까지 모든 교육계를 아우르는 교사회가 되기 바란다. 이사회 및 후원자 모임에도 많은 이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과도기를 잘 넘겨 2세에게 든든하고 보람된 교사회로 물려주고 싶다”
이정혜는 미국공립학교 교사의 길을 가게 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항상 교사회에 빚진 마음이다, 교회에도 빚진 마음이다”는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도, ‘기회’도 빚진 마음으로 돌려 한국 홍보와 한인사회 봉사로 갚고 있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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