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배탈이 났다. 바로 다음날 버팔로 지역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입학원서를 모두 불합격 처리했다
미 동부에 있는 한 명문대학 전직 입학사정관이 털어놓은 얘기다. 정말 어이가 없다.
만약 우리 아이가 대학에 지원한 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다면 부모로서 심정은 어떨까.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이런 코미디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2013년 가을학기 대학입시 시즌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입시결과에 따라 12학년 자녀를 둔 가정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올해 입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거의 모든 명문대들이 사상 유례없는 입학경쟁률을 보였다는 점이다.
가장 합격하기 어렵다는 하버드와 스탠포드는 100명 중 6명, 예일, 프린스턴, 컬럼비아는 100명 중 7명, MIT는 100명 중 8명꼴로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이쯤 되면 명문대 들어가기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이라고 부를 만하다.
명문대들이 서로 경쟁하듯 “합격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대학들의 입학사정 방식이 예나 지금이나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GPA와 SAT 점수가 완벽에 가깝고 출중한 리더십까지 겸비한 스타급 학생들이 줄줄이 입학문턱에서 좌절한 것과 관련, 학생 및 학부모들 사이에선 “도대체 당락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탑 수준의 아카데믹 스펙에다 3개의 스테이트급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한인학생의 명문대 낙방 스토리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이 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밤잠을 설쳐가며 노력한 것이 수포로 돌아가 아이를 끌어안고 통곡했다고 한다.
많은 학생 및 학부모들은 명문대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해진 공식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대학마다 입학사정 비밀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다. ‘귀신도 모르는 게 명문대 입학사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매년 수많은 학생들이 명문대 합격을 목표로 입시전쟁을 치른다. 저마다 경쟁에서 이기려고 화려한 스펙 만들기에 열중하며 요즘 자주 회자되는 ‘훅’(hook?학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 훅이란 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인종이나 민족배경이 훅이 될 수도 있고, 운동을 특출나게 잘하거나 부유한 부모가 거액을 대학에 기부하는 것도 훅이 될 수가 있다. 남성들이 주도하는 분야로 알려진 엔지니어링에 여학생이 도전장을 던지는 것도 훅이라면 훅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학생이 제출한 입학원서에서 무엇을 훅으로 인정해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해 고교를 졸업하는 딸을 둔 40대 한인여성은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아이비리그 대학에 붙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골잡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FC)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축구선수다. 누군가 메시에게 “어떻게 축구를 하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메시는 “그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대로 시작했다”고 대답했다. 열정을 쏟아 부었더니 어느 새 축구 황제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몇 달 뒤엔 현 11학년생들이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채 입시전쟁터에 뛰어들게 된다.
내년 가을학기 명문대 입학경쟁은 올해보다 더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학 입학사정은 학생 및 학부모들이 손을 쓸 수 없는 부분이 엄연히 존재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학생 및 학부모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명문대 입학 문 열쇠는 ‘열심히 하다보니’ 라는 말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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