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에 LA 남쪽 샌피드로에 있는 ‘우정의 종각’ 보수 문제에 대한 기사가 자주 실린다. 한국정부가 보수비용을 지원하고 한국의 전문가들을 데려다가 보수를 하겠다고 하는데도 승인을 받는 절차가 몹시도 까다로웠던 것 같다.
승인 절차 가운데는 보험문제가 있었고 그 보험 내역 중에는 ‘성추행에 관한 보험’도 포함되었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이해 못할 일이다.
우정의 종각 관리는 LA시 공원 관리국이 맡고 있는데, 그동안 관리 소홀로 퇴락해 가고 있는 걸 보다 못해 한국정부가 비용을 보태고 장인들까지 보내 보수해 준다는데 절차니 보험이니 하는 문제로 미적대온 이유를 알 수 없다. 마침내 보수 승인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간의 이런 저런 과정을 보면서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우정의 종각은 지난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서 한국 정부가 거액의 건립기금을 들여 한미우호의 상징으로 기증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홀대를 받다니 말이나 되나?몇 년 전에 서울에서 온 친지 가족을 데리고 ‘우정의 종각’을 찾은 적이 있다. 태평양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널찍하게 터를 잡고 앉은, 청기와 지붕에 화려한 단청의 종각과 에밀레종을 닮은 ‘우정의 종’을 자랑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때에도 우정의 종각은 관리가 허술해 비둘기 배설물이 종각 대들보고 바닥이고 종마루고 할 것 없이 지저분하게 눌어붙어 있었다. 게다가 종각 처마 밑에서는 비둘기들이 우글거리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마디로 우정의 종각이 비둘기 소굴이 돼 있었다.
한국정부가 미국 독립 200 주년을 기념해서 심혈을 기울여 종을 제작하고 종각을 세워 기증한 기념물이,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기증한 자유의 여신상만큼은 대접받지 못하더라도 너무 홀대를 받는 건 아닌 가 아쉬웠다.
우정의 종각이 미국인들은 물론 LA에 사는 한인들에게조차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광복절이나 3.1절 같은 한국 국경일에 한인단체가 주관하는 기념식이 열리거나 특정 한인행사에 활용되는 것이 고작이다. 그 외에는 떠나온 고향을 바라보면서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서있는 것 아닌가 하여 마음이 아프다.
우정의 종각이 과연 이런 푸대접과 무관심 속에 거기 그대로 있어야하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한인들도 자주 찾을 수 없는 너무 동떨어진 곳에, 한국 문화나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가운데에 외로이 서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그곳에서 가끔 종을 울린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아닐 수 없다.
이 기회에 차라리 우정의 종각을 한인타운으로 옮기는 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우정의 종각이 지금의 자리에 있는 한 방치와 보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라리 그 의의와 우리 한인들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인타운의 상징물로 옮겨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한인타운에 다울정이 있지만 초라하다. 우정의 종각을 한인타운 한복판으로 옮겨와 타운의 상징으로 삼으면 어떨까.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우정의 종각 한인타운 이설’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으면 한다. 그래서 우정의 종이 우리와 우리의 후손 그리고 이곳 LA에 사는 모든 안젤리노들을 위해 울리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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