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주말학교 작아지는 ‘가나다라’
▶ 2005년 225개 주말학교 170개로 줄어
정규학교 한국어반도 등록생 줄거나 중단
AP 과목에 한국어 채택이 남은 과제
오늘(9일)은 세종대왕의 한글반포 567돌을 맞은 한글날이다. 먼 타향인 미국에 건너와 제2의 삶을 시작한 한인 이민자들은 가정에서의 한국어 사용은 물론 주말한국학교를 통한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한글사랑을 이어왔다.
더욱이 수년 전부터는 정규학교 한국어반 개설이란 보다 큰 목표를 향해 전진해오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한글날을 맞아 뉴욕 일원 한국어 교육의 현실을 진단해본다.
■한국어 교육의 위기: 주말한국학교뿐만 아니라 수년간 크게 늘었던 정규학교 한국어반에서도 한국어 교육의 위기는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뉴욕한국교육원의 2013년도 현황 집계에서는 뉴욕·뉴저지·커네티컷·펜실베니아·델라웨어 등 5개 관할지역의 주말학교가 총 170개로 파악된 바 있다. 지난해 반짝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2005년의 225개교와 비교하면 회복 단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05년 1만2,797명이던 등록생 수도 9,796명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정규학교의 한국어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시 공립학교 최초로 개설됐던 스타이브센트 고교의 한국어반은 물론 뉴욕시에서 한인 학생이 가장 많이 재학하던 카도조 고등학교도 수년 전 한국어반을 중단했다.
미동부 최초의 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을 시작한 PS 32 초등학교도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추가 등록생을 충원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중학교 과정을 조속히 개설해야 한다는 한인사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첫 졸업생들은 결국 이원언어 교육을 이어가지 못했다.
정규학교 한국어반 개설 증가가 한창 탄력을 받아 한국정부가 지원에 나서면서 2011년 트라이스테이트 일원에 14개 학교였던 지원교는 지난해 16개로 늘었고 올해는 20개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지만 2년의 지원 약정기간이 만료된 학교들 가운데 자체 예산으로 학급 운영을 지속할만한 학교는 아직 구체적인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양성 과정도 제자리: 퀸즈칼리지에 개설 예정이던 한국어 교원양성 과정마저도 당초 예정됐던 2011년 봄 학기 이후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한국교육부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토니 브룩 뉴욕주립대학(SUNY)에 2018년 한국어 교사 첫 배출을 목표로 한국어 교육을 주 전공으로 하는 학사학위 교육과정이 2014년 처음 개설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요원한 AP한국어 개설: 한국어 교육을 논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AP한국어 과목 개설이다. 하지만 AP한국어 과목은 10년이 훌쩍 넘는 기나긴 세월동안 필요성만 강조돼 왔을 뿐 아무런 진척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AP한국어 과목 개설의 총대를 메고 있는 한국어진흥재단도 그간 마땅한 성과를 이루지 못한 실정이고 SAT 한국어 과목별 시험 응시생마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
AP과목 개설의 관건은 학급수와 수강생이기에 정규학교에 한국어반 개설 및 유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때문에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 교육에 대해 높아진 타인종의 관심은 과목 개설에 탄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지만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한인 이민자 학부모들의 낮은 인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결책은 어디에?: 흔히 미국내 한국어 교육은 중국어 교육과 비교된다. 중국은 정부가 지원에 나서며 AP 중국어 과목 개설에 큰 힘을 쏟은 바 있다. 매년 미국의 교사들이 대거 중국으로 건너가 연수를 받고 오기도 한다. 카도조 고교 교사로 재직하는 김경욱 재미한국학교동북부협의회장은 “현재는 이미 한국어반을 개설한 학교 교장을 초청한 한국 방문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앞으로는 개설 가능성이 있는 학교 교장과 교사들이 위주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국학교 등록생 감소는 정확한 원인 파악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 고학년에서 감소가 두드러진 만큼 실질적인 원인 진단 후 해결책 모색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규학교 한국어반과 관련해 박희동 뉴욕한국교육원장은 지원 약정기간이 만료된 학교에 대한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때가 왔다며 지원조건 강화나 배분 기준 및 전략 등을 새롭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AP한국어 과목 개설의 필요조건을 굳이 미국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뉴욕시 이중언어국의 권현주 리소스 스페셜리스트는 “AP과목은 전 세계 고등학생들이 응시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AP한국어 과목 시험 응시자가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시험 개설이 가능할 수 있다”며 한국정부와 한인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임을 시사했다.
또한 지난달 발표된 연방센서스국 조사에서 미국 출생 한인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가정에서 영어만 사용하는 한인이 늘어나지 않은 점도 한국어 교육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이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각 가정은 물론 각계에서 수고하고 헌신해 온 뿌리교육이 지속돼 온 덕분이란 평가와 더불어 한인들의 인식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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