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워싱턴 평통 주최로 ‘청년자문위원 컨퍼런스’가 열렸다. 해외 차세대 인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행사는 45세 이하의 자문위원들이 한국 통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고 또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해 해외 인재들의 에너지가 집약됐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보스턴 시가 포함된 뉴잉글래드 지역 평통위원인 황우성 박사(사진)도 바쁜 스케줄을 쪼개 참석한 컨퍼런스가 귀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참석자중 하나다. 황 박사는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직종에 종사하는 동년배 한인들이 한국인이라는 동질성과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만으로 모여 친근해졌다는 게 너무 좋다”며 “우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과 함께 적잖은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한창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주말을 끼고 컨퍼런스가 열렸으면 보다 많이 참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현재 하버드대 연구소 연구원(물료의학·재활의학)으로 있는 1992년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러시아로 건너가 보스턴 하버드대학원으로 오기 전까지 12년간 사할린과 모스크바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첫발을 디뎠던 당시 러시아는 공산주의의 붕괴가 시작되어서 혼란이 가득했다. 엄청난 천연 자원이 있고 최고의 독서량을 지닌 교양인들이 사는 나라지만 실상은 극히 비효율적이고 수동적이었다.
황 박사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 단순화, 규격화해 버리는 공산주의는 풍부한 소련의 대지를 빈곤으로 채웠다"며 ”잘못된 이념과 폭력이 어떻게 사람들을 황폐화시키는지도 체험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어를 모국어보다 더 편하게 한다는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통역을 담당하는 영예를 누렸던 사람이다. 당적과는 상관없이 애국심과 성실함으로 최선을 다하는 국가 지도자를 보며 한국이 자랑스러웠고 자신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황 박사는 회상했다. 동기 부여를 얘기하자면 1987년 한국에 민주화 바람이 불어 직선제가 실현되고 네 명의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 잔치를 벌이는 것을 보며 어린나이지만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의 중요성에 대한 느낌도 어렴풋이 갖게 됐다. 황 박사는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는 대한민국이 분명히 이겼고 통일은 한국의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통일은 민주적, 평화적이어야 하고 통일의 실현에 차세대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신념도 있다. “반세기만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민족이란 자부심이 있다”는 그는 이념적 편향에 치우치지 않고 대한민국이 하는 통일 운동이 민주적 가치와 인권이 보장되고 전세계의 보편적 발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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