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한인연합회(회장 린다 한)가 회칙개정을 추진 중이다. 회칙개정위에서 내놓은 시안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낡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조항들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지역 한인회와의 연합관계를 재정립하고 회원등록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눈이 띈다. 총회 성원 조정이나 회장의 한국선거 개입금지 조항 신설, 중범 전과자의 회장 입후보 금지조항 마련 등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옥에 티도 발견된다. 회장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즉 한인연합회의 임원 및 집행부 요원으로 1년 이상 봉사한 자만이 회장에 출마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입후보 자격 규제는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생각할 수 있다. 조직운영 경험이나 한인사회에 대한 이해도 없이 공명심에만 눈이 멀어 출마하려는 이들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광식 회칙개정위원장도 “한인회 실무경험이나 봉사경력이 없는 돌출 인물들을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배경설명을 했다. 하지만 그 개정취지는 이해되나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한인사회의 중평이다. 벌써 “한인회 임원, 집행부가 얼마나 된다고 자기들끼리만 하려는 뜻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만 오해가 생기는 건 회장 선거가 그만큼 민감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60년이 넘은 워싱턴 한인연합회의 역사는 곧 한인사회의 역사다. 한인연합회는 워싱턴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자치조직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인정받아 왔다. 지역 한인회와의 차별성도 그 역사성과 대표성에 있다 하겠다. 그리고 그 대표성은 풍부한 식견과 경륜을 갖춘 많은 이들의 참여로 뒷받침돼 왔다. 그러나 한인연합회에 대한 동포들의 관심과 참여는 언제부턴가 서서히 식기 시작했다. 다른 한인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한인회들이 당면한 위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핵심은 ‘인물난’이다. 한인회마다 문호개방을 해서 더 폭넓게 인재들을 한인회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절실할 때이다. 이러한 시점에 회장 출마자격을 한인회 멤버로 제한하는 것은 문호를 닫아버리는 처사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간선제도 아닌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하는 한인연합회가 자기 식구들로 출마를 제한하는 건 스스로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행위다. 2000년대 중반 한인연합회에서 지금처럼 출마자격 제한 조항을 신설했다 무위로 돌아간 것도 결국 한인사회의 반발 때문이었다. 한인회 경력이 있어야 반드시 한인회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경험보다 더 중요한 건 회장의 자질과 리더십이다. 린다 한 현 회장도 한인연합회 경력 없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인연합회가 공연한 오해를 자초하고 한인사회의 분란을 야기할 필요는 없다. 소의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교훈을 새겨들을 때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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