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통일은 당사국들의 의지만으로는 어려우며 주변 국가들의 협력 가운데서도 미국의 역할은 동서독 통일에서 보듯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 평통이 21일 쉐라튼 프리미어 호텔에서 송년회와 함께 개최한 통일강연회에서 초청 강사들은 한 목소리로 남북통일 노력에서의 미국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같은 이유로 미국 내 한인 동포들의 역할도 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초청된 강사는 연방노동부 선임경제연구원인 백순 박사, 안경률 전 새누리당 의원,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북한 정권의 2인자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으로 더욱 긴박해진 남북 관계 상황 속에서 이날 강사들은 통일이 막연한 기대가 아닌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음을 시사하는 내용을 자주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안경률 전 의원은 당시 헬무트 콜 서독 총리와 조지 H. 부시 미국 대통령이 동서독 통일 한달 전에 나눈 전화 대화를 공개하며 “콜은 부시 전 대통령에게 일일이 보고를 한 사실을 보면 미국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안 전 의원은 “미국이 철군 비용 등을 부담하겠다고 나섰을 때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주변국들이 동서독 통일을 지지했다”며 “결국은 남북한 통일도 한미 두 나라 지도자가 긴밀히 협력할 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 전 의원은 “백악관, 국무부, 의회를 쉽게 접촉하고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미주 한인동포들이 아니냐”며 “투표 등으로 미국 정치에 깊이 관여하며 조국 통일에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오직 국제관계의 힘 속에서 통일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소아병적으로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가들을 대하면 안된다”며 “지금까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무시한 민주당의 대북정책은 한국 국민들의 동의를 받지 못했고 젊은이들은 기득권 보수 세대를 우습게 보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또 “박근혜 정부가 남북문제에 있어 젊은 세대와 보수 세력이 함께 동의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믿는다”며 미국에서 보는 한국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미국이 남북통일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백순 박사도 남북통일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 핵을 동북아의 평화를 넘어서 미국 안보에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해 그만큼 더 큰 압박을 가하려한다”면서 “다행히 중국과 북한 간의 관계가 근본적으로는 바뀌지 않았지만 북중방위조약을 개선하려 하는 등 전술적인 변화가 있어 미국도 그에 대처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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