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2013년이 저문다. 한 번도 안 빠졌으니 모두 52개의 칼럼을 썼다. 미리 써야지 하면서도 항상 마감에 쫓겨서 보냈다. 그런데도 짜증 한번 내지 않은 한국일보 담당 기자에게 우선 미안하다. 그리고 부족한 글을 읽어 준 독자들이 참 고맙다.
돌이켜 보면 후회와 반성이 많다. 좀 더 쉽고 따뜻하게 쓸 수 없었나, 좀 더 독자의 입장에 서서 정확하게 쓸 수는 없었나, 너무 잘난 체만 하지는 않았나, 반성에 또 반성을 안 할 수 없다.
사실 진흙탕 속에 빠진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나도 그 속에 들어가야 했다. 그저 깨끗한 양복을 입고 진흙탕 밖에 앉아서 ‘잘 나오라’고 손짓만 한 적도 많다. 덫에 걸려서 신음하는 사람을 어떻게 내 손에 상처와 피도 안 묻히고 구할 수 있겠나.
근본적으로는 내가 이런 글을 신문에 쓸 자격은 있는 회계사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바쁜 독자들의 시간만 빼앗는 글을 썼다면 혼나야 마땅하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줬다면 몇 마디 핀잔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자격 없는 사람의 글만큼 세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도 없다.
이렇게 남에게 줄 자격도 중요하지만 받을 자격은 더욱 중요하다. 며칠 전 어느 단체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름이 불려 졌을 때 뜨끔했다. 내가 감사패까지 받을 자격은 있나? 기껏해야 세미나와 작년 연말 행사 때 갑자기 사회를 보게 된 것이 전부다.
언젠가는 뉴욕시에 찾아가 따져서 협회에 나왔던 벌금 몇 천달러를 없애준 것 정도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내 장사에 도움이 되기를 은근히 바랬다. 그래서 사실은 이번 감사패도 우리 집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저께 크리스마스 날 아침. 나이 50에 세례를 받았다. 앞에 나가 서있는 내내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나는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정말 나는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말이다.
반성은 발전을 낳는다. 생각엔 행동이 따라야 한다. 이런 반성이 내년 2014년의 칼럼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이런 반성이 내년에는 함께 진흙탕에서 구를 수 있는 용기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많은 생각과 각오들이 감사와 사랑에 대한 스스로의 자격과 수준을 높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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